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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 공격원잠과 ‘바다의 제왕’ 항공모함 도입을 위하여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원잠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 2025년 10월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원자력과 관련해 미묘한 주고받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준비해 온 요구는 양국이 공동 투자해 원전용 농축우라늄 공장을 짓자는 것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핵무기 보유국이고 세계 최대의 원전 보유국이라 도처에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에게 우라늄 농축공장을 공동으로 짓자고 했을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현대의 핵무기는 수폭이다. 수폭은 ‘강력한 열’을 받아야 폭발한다. 그래야 핵융합을 한다. 핵융합을 유도하는 선제 폭발을 ‘기폭(起爆)’이라고 한다. 수폭은 ‘독한 놈’이라 원폭이 기폭해줘야 터지기에 모든 수폭에는 원폭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의 수폭 보유국인 미국은 그만큼의 원폭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원폭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라늄 광석에서 추출한 우라늄을 90%대로 농축하는 것과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에 생성돼 있는 플루토늄을 긁어내 만드는 것이다. 보다 쉬우면서 효율 좋은 원폭을 만드는 것은 플루토늄으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핵무기 보유국들은 반드시 재처리를 한다.

재처리를 하려면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가 있어야 한다. 발전용 원자로에는 5%, 연구용 원자로에는 20% 정도로 우라늄을 농축한 핵연료를 넣는다. 대한민국의 발전용 원자로인 APR-1400에는 5%,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는 20% 정도로 우라늄을 농축한 핵연료를 장전한다. 이러한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것이 사용후핵연료이다.

플루토늄은 연구용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에 훨씬 더 많이 생성돼 있다. 이러하니 핵무기 보유국은 연구용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원폭과 수폭을 만들고 있다. 발전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예비’로 둔다.

발전용이든 연구용이든 원자로를 돌리려면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폭은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니. 농축공장은 우라늄 원폭을 만들 수 있는 90%대까지 농축하는 큰 것이 아니라 20% 내외로 농축하는 작은 시설을 짓는다.

발전용 원자로는 연구용보다 훨씬 더 크다. 대한민국의 APR-1400은 140만 kW급이지만 하나로는 4분의 1도 되지 않는 30만 kW급이다. 2025년 말 대한민국은 26기의 발전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지만, 연구용 원자로는 단 1기만 돌리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도 연구용 원자로는 많이 갖지 않는다. 그러하니 그들은 대형 우라늄 농축공장을 유지하지 않는다.

 

세계 농축우라늄 시장 석권한 러시아

1991년 냉전 붕괴 후 소련에서는 공산주의를 버린 러시아가 탄생했다. 그러한 러시아가 미국과 핵무기 감축에 합의했다. 그리고 ‘돈이 없었기에’ 해체하게 된 원폭의 탄두를 희석해 발전용 농축우라늄으로 내놓았다. 때문에 2020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테넥스’라는 회사는 세계 발전용 농축우라늄 시장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가 됐다.

미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도 러시아로부터 이를 도입해 핵연료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러시아의 돈줄을 말려야 하는 미국이 2024년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 금지법을 만들고 동맹국에도 이를 요구했다.

그리고 부딪친 문제가 농축우라늄 부족이었다. 수폭 제조를 위해 유지한 농축공장으로는 100여 기에 이르는 원전용 농축우라늄을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축우라늄 전량 수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두들겼다. 일본과 프랑스 등 농축공장을 갖고 있는 원전 강국을 접촉하면 ‘을(乙)’이 될 수 있으니, 한국을 찾은 것이다.

농축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긴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개정한 한미원자력협정에는 두 나라가 합의하면 한국은 20%까지의 농축은 물론 재처리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관계를 개선하고 원전 건설을 재개했지만, 미국에 농축과 재처리를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였는데, 러-우전쟁의 여파로 발전용 농축우라늄 부족에 직면한 미국이 먼저 5대 5의 투자로 농축우라늄 공장을 짓자고 하는 기적을 만났다. 살다 보면 별별 일을 다 겪지만 이렇게 좋은 일은 만나기 어렵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우리는 미국의 요구로 우라늄 농축공장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단 사실이다. 우리는 미국에 준 것이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한다. 우연의 일치였는진 몰라도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도 원잠을 건조하게 있게 해달라’고 했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지

트럼프는 예상치 못한 요구를 받은 듯한데 특유의 재치로 넘겼다. 그리고 안보 전문가들이 재빨리 계산해 준 덕분인지 이를 수용했다. 거래에는 반드시 계산이 들어간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더욱 커질 미·중 대립을 염두에 두고 이를 수용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모든 군사작전은 영역을 그어놓고 한다. 1사단과 2사단이 나란히 DMZ를 방어하게 됐다면 두 사단은 작전 경계선부터 명확히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사시 작전에 혼선이 빚어지고 아군끼리 교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바닷속엔 DMZ 같은 전선이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로만 움직이는 것을 탐지한다. 때문에 잠수함 작전은 ‘섹터’를 그어놓고 한다. 1 섹터에는 A 잠수함, 2 섹터에는 B 잠수함만 배치하는 것이다. 두 잠수함은 자기 섹터에서 잠항하거나 매복해 있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면 적으로 보고 공격한다. 수장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선제공격을 탓할 수 없다. 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영원히 가라앉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잠수함계의 절대 강자인 미 해군도 동북아 수역에서 잠수함 작전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 잠수함은 자국 방어에 나선 한국과 일본·대만 잠수함과 충돌할 수도 있다.

때문에 미국 해군은 동맹국 잠수함끼리 교전하지 않도록 자국과 동맹국의 잠수함 작전 섹터 지정을 도맡고 있다. 영역 배정을 받은 네 나라 잠수함은 각각의 섹터에서 조용히 중국과 러시아·북한 잠수함이 나타나기만 기다린다. 유럽의 북해와 발트해에서도 미국은 같은 방식으로 동맹국 잠수함 작전을 통제한다.

 

한·중과 남·북한, 한·일·러의 해상-해중 대결 가능성

대한민국 해군은 동·서·남해에 1·2·3함대, 제주에 기동함대를 두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중국 해군은 산동반도의 청도(靑島)에 북해함대, 상해 부근의 영파(寧波)에 동해함대, 광동성의 담강(湛江)에 남해함대를 두고 있다. 북해함대는 대한민국, 동해함대는 일본, 남해함대는 대만을 적으로 보고 작전한다.

미·중 대립이 자심한 최근 중국 해군은 남해함대 전력을 강화해 왔다. 세 척의 항공모함 중 두 척을 남해함대에 배치한 것. 한 척은 수도인 북경을 지키면서 주한미군과 대한민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인지 북해함대에 배치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언급했듯이 대만해협 위기가 자심해지면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일안보조약에 따라 작전에 나선 미 7함대를 무조건 지원한다. 일본 해상자위대에는 한국 기동함대보다는 두 배 이상 크고 미 7함대에 못지 않는 ‘호위함대’를 갖고 있다. 이 호위함대에 일본식 항공모함 네 척이 배치돼 있다.

이 호위함대가 작전하면 중국 동해함대는 이를 견제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해함대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대만해협 작전에 나선 남해함대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북해함대인데, 이들은 한국 기동함대가 있는 제주도 인근을 지나야 대만해협으로 갈 수 있다.

북해함대의 기동은 한국에도 큰 위기가 되니 대한민국 해군은 기동함대를 보내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중국 북해함대에겐 부담이니 잠수함을 대동한다. 그런데 한국 잠수함사령부도 북해함대가 지나갈 수역에 잠수함을 배치해 놓는다.

이 잠수함과 중국 잠수함이 서해에서 가장 먼저 교전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잠수함이 원잠이라면…, 중국은 북해함대는 물론이고 잠수함도 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단판 승부인 잠수함 교전에서 중국 잠수함이 영원한 침몰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해함대도 안전한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성동격서 전략을 택해야 한다. 북한 해군과 러시아 해군으로 하여금 한국을 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북한 해군을 서해에서는 한국의 1함대가 막아선다. 동해에서 작전에 들어간 북한 해군과 러시아 해군은 한국 2함대가 대응한다. 이를 남해를 담당하는 한국 3함대가 지원한다.

 

러시아의 원잠과 북한의 잠수함도 견제

한국의 1·2·3함대를 ‘번호함대’라 하는데, 한국의 번호함대와 비슷한 것이 일본 해자대에서는 ‘지방대(地方隊)’이다. 동해의 위기는 일본의 위기이기도 하기에 일본 해상자위대는 오미나토(大湊)와 마이쓰루(舞鶴) 지방대로 대응하고, 사세보(佐世保) 지방대로 지원한다.

한·일이 대응에 나서면 북한과 러시아는 잠수함을 투입할 것이다. 이에 맞서 한국 해군의 잠수함사령부와 일본 해상자위대의 잠수함대도 잠수함 작전을 펼친다. 한국 잠수함사령부는 20척, 일본 잠수함대는 18척의 잠수함을 갖고 있다. 그런데 유사시가 되면 일본은 밀봉 처리한 잠수함을 꺼내기에 바로 32척으로 전력을 늘일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원잠이 끼어들고 한국의 공격원잠도 참여한다면 러시아의 원잠도 자신있게 작전하기 어려워진다.

미 해군은 태평양과 인도양이 있는 미국 서부 바다를 지키기 위해 7함대와 3함대를 편성해 놓았다. 평시엔 7함대에 항공모함을 1척, 3함대에는 5척 배치한다. 그러나 유사시가 되면 3함대의 항모를 보내 7함대의 전력을 강화한다. 7함대의 항모는 2척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대만함대도 만만치 않은데 2척 이상의 항모를 갖게 될 미 7함대가 미국 항모보다 훨씬 작은 항모 2척을 가진 중국의 남해함대와 붙는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중국의 공군은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운영하는 중국 화전군(火箭軍)이 지원한다고 해도 중국은 대만을 점령하기 어렵다.

윤석열은 물론이고 문재인과 이재명 대통령도 ‘일방적인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보다는 외침이 작았지만 한국 대통령들도 중국에 대만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그러하니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공격원잠 도입을 승인할 수 있었다.

 

 

20% 농축우라늄을 핵연료로 하는 한국형 원잠

수년간 작전한 잠수함은 기지로 들어와 수리 정비를 받아야 한다. 잠수함에는 돌아가는 것이 많으니 부품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수리는 잠수함을 절단해서 한다. 잠수함에는 사람만 겨우 드나드는 해치가 있는데, 그 해치로는 구석구석에 있는 부품 교체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잠수함을 토막내 많은 부품을 교체하고 다시 용접하는 것으로 잠수함 수리는 완료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보유한 원잠은 90%대로 농축한 우라늄을 핵연료로 쓴다. 무기급 우라늄을 핵연료를 쓰기에 이 원잠은 폐함할 때까지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기급 우라늄을 가질 수 없기에 이러한 핵연료를 쓰는 잠수함을 만들 수 없다. 한미원자력협정이 인정한 20%까지 농축한 우라늄을 핵연료로 쓰는 잠수함을 만들어야 한다.

5%로 농축한 발전용 핵연료의 수명이 3년이다. 20%대로 농축한 원잠용 핵연료의 수명은 6년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 모든 잠수함은 5, 6년에 한 번씩 절단해서 하는 수리를 받아야 한다. 그때 핵연료를 교체하는 것으로 한다면 우리는 합법적으로 원잠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 한국형 원잠 건조는 ‘그린 라이트’인 것이다.

해군 작전의 꽃은 항공모함에서 이함한 함재기로 적 함대는 물론 지상에 있는 적을 격파하는 것이다. 적은 이러한 항공모함을 제1의 목표로 잡고 잠수함을 투입하니, 항모 세력은 반드시 잠수함을 대동해 방어작전을 한다. 항모 호위를 위한 잠수함 작전을 하려면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원잠이 있어야 한다.

20%대로 농축한 우라늄을 핵연료로 쓰는 원잠 도입한 다음에는 항공모함 건조로 가야 한다. 한국의 공격원잠을 짓는다고 했으니 일본도 따라 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이 갖춘 중소형 항공모함을 지어야 한다.

물귀신 원잠과 바다의 제왕 항공모함 전단으로 우리의 안전은 물론이고 중동에서 오는 원유 수송로 등 물류로를 지켜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신기한 주고받기를 했다. 중국과 북한이 도발한 국제정치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