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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마두로 정권 교체의도…‘돈로 독트린’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 중국 견제와 중남미 패권회복

트럼프의 마두로 정권 교체의도…‘돈로 독트린’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

중국 견제와 중남미 패권회복

 

 

이장훈(국제문제 분석가)

 

 

[돈로 독트린, 트럼프의 서반구 패권 전략]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패권 회복 구상을 말한다. 돈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인 도널드(Donald)와 미국 제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1817~1825년 재임)의 성인 먼로(Monroe)의 합성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일 백악관에서 발표한 ‘먼로 독트린’ 발표 202주년을 기념한 포고문에서 “먼로 독트린은 수 세기 동안 공산주의, 파시즘, 외국의 침략 등으로부터 미주 대륙을 지켜왔다”며 “나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 오래된 정책을 자랑스럽게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파나마 운하에서의 특권을 회복했으며, 멕시코를 통과하는 마약 유통을 차단하고, 서반구 전역의 마약 테러 조직을 해체하고 있다”면서 “내 결정에 힘입어 먼로 독트린은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미국의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먼로 독트린은 먼로 대통령이 1823년 12월 2일 연두교서에서 밝힌 ‘유럽 대륙에 대한 미국의 불간섭’과 ‘미주 대륙에 대한 유럽의 불간섭’ 등 두 가지 원칙을 담고 있는데,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강조한 내용을 말한다.

 

 

[미군 특수작전으로 무너진 마두로 정권]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라는 군사 작전을 전격적으로 감행해 국제사회를 깜작 놀라게 만들었다. 미군은 1월 3일 오전 2시(이하 베네수엘라 시간) F-18 전투기, F-22와 F-35 스텔스 전투기, B-1 스텔스 폭격기, E/A-18전자전기, E-2 조기경보기, 헬기, 드론 등 각종 항공기 150여 대를 동원해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미란다·아라과·라과이라주 등의 군사기지를 공습했다. 미군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는 베네수엘라군의 방공망을 마비시켰고, 전력도 차단했다. 미국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대원들은 같은 날 오전 2시 1분 헬기를 타고 안전 가옥에 진입해 잠을 자던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하고 오전 4시 29분 카리브해에 있는 해군 강습상륙함 이오지마호로 이송을 완료했다. 이로써 2013년부터 베네수엘라를 철권 통치해온 마두로 정권은 148분(2시간 28분) 만에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작전 성공 직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작전의) 기원은 먼로 독트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우리는 이를 뛰어넘었고 사람들은 돈로 독트린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서반구 영향력 강화·유지가 이번 작전의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언급하며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NSS 보고서에서 “서반구에서 먼로 독트린을 재확인·강화해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고 미국 본토와 역내 지리적 요충지에 대한 접근권을 확충할 것”이라면서 “비서반구 경쟁국들이 서반구에 군대나 기타 위협적 역량을 배치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소유·통제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중국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미·친중 마두로 제거, 명분은 ‘마약과의 전쟁’]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돈로 독트린의 첫 번째 대상으로 마두로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마두로는 1980년대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며 운수노조 지도자로 활동했다. 1992년 쿠데타 기도로 감옥에 갇혀 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도와준 것을 인연으로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다. 대통령 보좌관, 국회의원, 국회의장, 외무장관, 부통령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2013년 4선에 성공했던 차베스 전 대통령이 암으로 사망하자 부통령이었던 마두로는 차베스의 후광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추진했고 권력 유지를 위해 반대파를 탄압하는 등 철권통치를 해왔다. 마두로는 2018년 대선에서 승리해 연임했지만 당시 미국을 비롯한 50여 개국이 부정선거를 문제 삼아 야권의 후안 과이도 후보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당시 집권 1기 때인 트럼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마두로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마두로는 2024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3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마두로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마두로는 중남미에서 대표적인 반미 좌파이자 친중파라는 말을 들어왔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라는 ‘눈엣가시’를 제거하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작전은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이미 2020년 미국 검찰에 기소된 마두로를 법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인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Cartel De Los Soles·태양의 카르텔)’의 우두머리로 마두로 대통령을 지목해왔고, 현상금 5000만 달러(724억3000만 원)를 내걸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이 카르텔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카르텔은 1990년대 마약 밀매에 가담해 권력과 부를 축적한 베네수엘라 군부 인사들의 네트워크를 뿌리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장성 계급장의 태양 문양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 카르텔이 마약을 대거 자국으로 밀반입해왔다고 지적해왔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 베네수엘라, 진짜 목표는 석유]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 교체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장악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3030억 배럴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5분의 1 수준으로 세계 1위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실제 생산량은 매장량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으로 하루 100만 배럴이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0.8%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국유화로 시설이 노후한데다 미국 등의 제재 때문이다. 엑손모빌과 코노코 필립스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베네수엘라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며 원유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7년 베네수엘라의 석유시설을 일방적으로 국유화했고, 엑손모빌과 코노코 필립스 등 미국 대형 석유 회사들은 철수해야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원래 가져왔어야 할 석유를 되찾았다”면서 “우리는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이행이 가능해질 때까지 그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형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면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25년 전 우리가 설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석유 회사들이 현지에 진출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과도 통치 및 국가 재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하면 훨씬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미국산보다 활용도가 훨씬 높다. 미국산 원유는 주로 저유황 경질유로 휘발유로 사용된다. 반면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디젤이나 아스팔트, 중장비용 연료 등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다. 디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대한 제재로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미국 석유 기업들이 세계 최대의 석유 보물 창고에 다시 접근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원유를 무기한 통제하기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석유 판매 수익금을 관리하고, 국무부 장관이 베네수엘라 정부를 대신해 자금의 사용 목적을 결정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서반구에 대한 패권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중국 수출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베네수엘라가 중국, 이란, 러시아, 쿠바와의 경제협력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원유 생산을 미국하고만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원유의 80%를 사들여왔다. 여기에는 베네수엘라에 거액을 빌려준 뒤 원유로 상환 받아온 물량도 포함된다. 콜롬비아 싱크탱크인 안드레스 벨로 재단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중국은 중남미 각국에 총 1360억 달러(197조 원)를 빌려줬는데, 이중 절반(620억 달러)을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바 있다. 티에리 브로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석유”라면서 “중국은 그동안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물론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도 브렌트유 가격보다 배럴당 20달러나 싸게 구매해 왔으며 이는 중국에 상당한 경쟁 우위를 제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질서 재편의 분기점]

 

중국은 그동안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내세워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해왔다. 중국은 브라질이 브릭스(BRICS) 회원국인 점을 이용해 국제무대에서 정치·외교적으로 미국 견제를 위한 연대를 강화해왔으며, 경제적으로도 협력을 확대해왔다. 중국은 또 페루에선 국유기업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이 창카이항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중국은 홍콩 재벌 리카싱 일가 기업인 CK허치슨이 파나마 항구 5곳 중 2곳을 운영하는 것을 교두보로 파나마 운하 운영 장악을 시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쿠바와 콜롬비아 등 반미좌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중남미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 ‘탈(脫)달러’는 물론 ‘반미 지역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 교체를 감행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