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기(고려대 융합전공 연구교수)
우리 무역의 심각한 현상
우리 경제는 과거부터 수출입에 상당한 의존을 해왔다. 최근 10여년 전부터 사상최대의 무역흑자를 연속으로 경신하면서, 세계 수위권의 무역대국으로서 입지를 굳혔고, GDP 부문에서의 착실한 증가를 바탕으로 열손가락 안에 꼽는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지속적인 국내경기 하강세에, 2022년 무역수지가 연간 사상 최대 적자 규모인 470억 달러를 상회했고, 금년 1/4분기만 해도 250억 달러 수준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간다면 2023년에는 다시 한번 사상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우려가 크다.
이러한 무역적자의 원인을 세부적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꺾이면서 우리의 15개 주요 품목 가운데 자동차와 2차전지를 빼곤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수출의 약 20%를 점하는 1위 수출품인 반도체 품목이 30% 넘게 감소한 영향이 가장 크다. 주력인 D램 반도체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많이 팔린 뒤 재고가 소진되지 않으면서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산업구조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크다보니, 반도체 가격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나라별로 보면 우리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출이 10개월째 계속 적자인데 갈수록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고, 베트남 등 동남아 수출도 반년동안 연속 감소했다. 바로 지난 3월만 해도 자동차 수출 급증의 영향을 크게 받은 미국(+1.6%), 중동(+21.6%) 등에 대한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중국(-33.4%), 아세안(-21.0%) 등은 줄었다.
2022년 무역적자 현상은 결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요인이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과 에너지 가격인상에 의해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심각한 무역역조를 보이는 것이다. 작년 한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줄줄이 무역수지에서 세계 꼴등 그룹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에너지 부국인 중국, 러시아 및 중동 국가들이 반사이익의 무역흑자를 즐기고 있다는 기이한 현상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무역 현안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동시에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일 것으로 전망되나 기초체력과 내실을 다져야 하는 우리 경제를 위해서는, 4차산업혁명으로의 빠른 전환을 위한 산업구조 개선이나 우리 경제 최대의 허약체질 인자로 대표되는 에너지문제를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반도체라는 품목이 우리 경제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현상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차후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제2의 반도체가 될 미래의 먹거리를 추가로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 이슈는 탄소중립과 관련된 신에너지산업이다. 탄소중립은 우리 국가가 의무적으로 응당 해야 하는 범 국제사회의 약속으로서 모든 국가들이 열을 올리고 있고, 민간 기업부문에서도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활동으로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
우리가 왜 탄소중립을 적극 실천해야 하는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탄소배출이 과다한 수준을 넘어 지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다 보니 천재지변과 이상기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지구의 위기인데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 사람의 몸이 체온 1℃만 더 올라도 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지구도 현재 표면 온도가 1.1℃가 더 올라 이상기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더 지속되면 사람과 똑같이 생명이 위독할 판인데, 우리는 과연 그럴까 또는 아직은 멀었지 하면서 몇 십 년의 시간만 허비해 왔음이 사실이다.
일부 선각자인 환경 전문가들이 경고하던 이 기후위기설에 대한 대비책을 이제는 기업계에게까지 동참하도록 반 강제로라도 부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까지 온 것이 바로 ESG 운동의 기본 취지인 것이다. 탄소중립의 의무를 진 정부와 탄소경제 시대의 경제주체인 개인도 적극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탈탄소화를 위해 기업부터 먼저 실천하며, 기업들 간에도 ESG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도 하고 거래도 하고 해서 지구환경을 살리자는 노력이 마땅한 것이다.
이러한 부족한 에너지문제와 탄소중립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2차전지이다. 우리의 산업에 대한 SWOT분석 상에서도 이미 강점요인과 기회요인을 둘 다 가지고 있는, 향후 적극 확대 추진해야 할 산업분야인 것이다. 정부에서도 에너지저장산업인 2차전지에 대해서는 반도체 및 여타 첨단산업과 함께 정부의 핵심 육성산업으로서 지원하고자 함을 밝히고 있다.
해법으로서의 2차전지와 SMR(Small Modular Reactor)
2차전지는 아래 그림과 같이 양극제와 음극제의 두 금속 간에 이온의 이동으로 전기를 충방전하는 원리로서, 우리가 핸드폰과 전기자동차에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어 일상생활에 매일 쓰는 일용품이 된지 오래다.
우리의 2차전지 산업은 관련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세계 일등을 지키고 있는 분야이며, 향후 전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주력 수출품이기도 하다. 2차전지의 중요한 역할은 성능이 개선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연장될 수 있고, 다양한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는 전기를 쓰면서 충전해야 하므로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과연 어디서 어떻게 전기를 생산 발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화력발전소 가동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충전하는 국가는 탄소중립은 커녕 환경오염을 더 가중하는 2차전지 산업구조가 될 수밖에 없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태양광과 풍력은 자연의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국가에선 비효율적인 생산 기법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행히 원전으로 막대한 전기를 싸게 생산하는 지구상 몇 안되는 축복받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원전에서도 최근 여러 안전 논란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그러한 문제들을 불식시키는 데에는 소형원자로라고 하는 SMR이 가장 최적의 원전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한창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SMR은 모듈형 발전설비로서 공장에서 생산된
원자로를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보일러와 비슷한
개념으로, 1000MW(메가와트) 이상인 대형원전에
비해 300MW 이하로 크기가 작고, 발열량 자체도
낮다.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 밀도가 낮기 때문에
열을 식히기 쉽고, 용량이 작아 냉각할 때 물이
덜 필요하고, 펌프와 전기가 없어도 자연현상을
이용해 냉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고가 일어
난다고 해도 피해가 적은데, 대형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반경 30㎞에 이르지만, SMR은
300m에 불과하며, 핵연료가 적고,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나갈 확률이 굉장히 낮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데, 대형원전의 경우 5조~10조 원 정도 소요되지만, SMR은 3000억 원 수준이다. 핵연료 교체주기 역시 대형원전이 18개월인 것에 비해, SMR 중 일부는 20년에 달한다. 설치 장소도 구애받지 않아서 전력수요가 높은 곳이나 대형원전이 접근할 수 없었던, 대형 산업공단 혹은 육지와 접안 가능한 바다 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안전면에서도 대형원전이 10만년에 2회의 중대사고 확률이라면, SMR은 10억년에 1회꼴 수준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사고확률이 사실상 0에 가깝다는 뜻으로 SMR이 피동안전계통으로 원천적으로 대형사고가 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피동안전계통이란 별도의 전원 없이 중력과 같은 자연의 힘만으로 원전 내부를 냉각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이다. 원전 내부 증기가 상부에 있는 열교환기를 거쳐 냉각수로 바뀌어 열을 식히는 구조로, 지진이나 해일 등에도 상관없이 SMR은 멈추고 서서히 꺼지는 시스템으로 안전한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물을 사용하는 3.5세대 경수로형이 아닌, 가스나 액체금속 등 새로운 냉각제를 사용하는 제4세대 SMR의 안전성은 더욱 높다. 일단 물을 쓰지 않으면 수소가 발생하지 않기에 폭발 가능성이 낮다. 액체소듐을 사용하는 SMR은 열전도 성능이 우수해 노심을 효율적으로 냉각할 수 있다. 4세대 기술로 SMR을 만들 경우 발생하는 핵폐기물 역시 현저히 적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과거 자원과 에너지 부족에 항상 시달리던 우리나라는 현재 원자력에너지로 발생되는 풍부한 전기로,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파격적인 일상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영위하는, 에너지 일등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고질적인 에너지 취약 산업구조가 향후에는 수입액이 현저히 줄어, 에너지 펀더멘털이 강한 산업구조 형성과 함께 웬만해서는 무역적자가 일어나지 않는 강인한 무역수지 구조로 형성되리라 본다.
게재된 글은 한국자유총연맹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