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박태우 칼럼] 트럼프 2기 한·미·일 안보협력구도 전개 양상
들어가며 미국 대선을 전후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선이 악화 및 장기화되고, 3차 대전 운운하는 정국이 전개되면서 국제정치 구도의 판(判)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대와는 판이 완전히 다른 세계 질서의 재편이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Policy) 노선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와 다음 정부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러우 전쟁에 대한 인식도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1월 19일부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사정거리 300km인 에이테킴스(ATACMS, Army Tactical Missile System)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반(反)러시아 정책의 선봉에 서고 있지만, 트럼프 진영은 현(現) 국경선을 동결하는 선의 휴전회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미사일 사용 허가에 대해 러시아는 핵(核) 보복을 운운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향후 외교·안보 전략 노선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 결이 매우 다르다. 국제무대 개입 최소화로 동맹국들과 큰 안보 비용을 공동 분담한다는 원칙을 세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전략은 동아시아 전략에서도 바이든 정부와는 판이 다른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가 국제사회에 대한 개입의 최소화 전략을 표방하면서도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강력한 국방력 재건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중동과 유럽 지역에 분산된 힘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도·태 평양 지역 중에서도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 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이전 행정부보다 더 크게 전개될 것이다. 미(美)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데릭 그로스먼(Derek Grossman)이 발간한 <대선 후에도 일 관성이 유지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The State – and Fate of America’s Indo Pacific-Alliances >이라는 제하의 분석 논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은 기존 그대로 추진될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이 글에서 데릭 그로스먼은 미국의 인도·태평 양 안보 동맹국인 호주, 일본, 필리핀, 한국, 태국 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방향성은 대선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일치하는 이 지역에 대한 집중도는 권위주의, 전체주의 체제의 상징인 중국공 산당(CCP) 견제라는 큰 흐름과 맥을 같이 하면서 트럼프 2기에도 매우 유사한 전략을 갖고 갈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거래에 능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지도자로서, 과거에 때때로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을 칭찬하거나 혹은 위협한 사례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동맹을 강화한 과거의 사례를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와 동북아시아 한·중·일이 위치한 동아시아에 대한 트럼프 행 정부의 개입 강도는 더 세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나 북한의 전투병 파병에 대항하는 하나의 카드로 전장에서 미사일 사용의 레드 라인(red line)을 없앤 바이든 행정부의 러시아 견제 전략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취임 이후 입장을 어떻게 결정할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국제적인 고립주의(isolationism) 노선을 러우 전쟁에서 우선순위로 현실화시키려는 트럼프의 종전계획과 맞물려 트럼프의 한국과 일본을 향한 안보 정책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다. 동북아시아의 악의 축(axis of evil)인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독재 정권이 러우 전장에 용병을 파병한 규모를 2만 명 선으로 예상하다가, 나아 가 10만 명을 보내서 부족한 외화벌이를 통한 생존전략과 함께 북-러의 군사 혈맹관계를 심화하고 연장하는 전략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의 대(對) 북한 전략과 한반도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중국공산당(CCP)의 입장에서는 관세율 60% 부과 예상과 더불어 트럼프가 북한을 어찌 다룰 지가 주요 관심사다. 당장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들과 멀리하면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북·중·러가 구축한 반 트럼프 전선에서 크게 이탈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1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페루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만남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쌓은 공감대의 한 축에는, 중국이 트럼프의 강경노선에 미리 대비하여 한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전략적인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트럼프와 북·중·러 핵 동맹 트럼프 2기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로 대중국 강경파들을 발탁하는 모양새로 보더라도 미·중 전략 경쟁이 한층 더 강화되면서 한국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동맹을 손익분기점으로 분석하는 트럼프의 철학이 대한국 외교에 어찌 투영될지도 매우 큰 관심거리이다. 특히 관세율 인상으로 경제적으로 중국을 옥죄면서 동시에 안보 면에서도 북·중·러의 핵 동맹을 매우 버겁게 생각하는 트럼프 2기의 속성을 간파하는 우리의 처지에서는, 이제는 과거처럼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에 기반한 애매한 노선보다는 좀 더 선명한 노선(strategic clarity)으로 한·미·일의 협력 구도를 더 확장하고 심화시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더 부합할 것이다. 최근에 미국 국방성은 ‘491 보고서’라는 정책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하면서 “앞으로 이 북· 중·러 3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핵무기를 운용해야 한다.”며, “중국과 관련해서, 핵 전략의 야 심에 찬 확장과 현대화 다변화에 착수했으며 초보 수준의 3대 핵전력을 구축했고, 중국의 투명성 결여와 강해지는 군사적 적극성은 중국의 의도와 핵 전략 및 교리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 특히 북한 관련, 북한도 계속해서 핵과 탄도미사일, 핵 역량을 확장하고 다변화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분석의 틀 (framework)이 한국과 일본이 위치한 동북아시아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특히나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미국의 안보 정책 변화를 예견할 수가 있을까?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한국의 자세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 노릇을 하면서 특정 대통령의 국제정치관에 따라 특정 국가에 대한 안 보 정책의 변화를 주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국민이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미군 주둔 동맹국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청구한다는 인식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많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쓰면서 미국의 국익에 합당한 손익계산서를 기반으로 자유 진영에 투자라는 가치관이 맞아떨어진 시간을 보냈다. 그로 인해 우리는 과거 미·소 냉전 시대와 그 이후에도 분단국가로써 미국의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안보의 틀이 바뀌면서 미국이 동맹관을 조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현실적인 미국의 군사 이익을 저울질하는 것은 국제정치 속성상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트럼프 2기의 ‘안보 리스크’에 대비하는 현명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자유주의 질서를 끌고 가는 미국과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굳건한 동맹국으로써, 경제적인 위상이 커진 만큼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국제 평화 유지 비용을 함께 부담하면서 동시에 미국에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미국이 안정적인 한반도 안보 관리에 두는 가치는 매우 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러한 미국의 전략을 함께 끌고 가는 핵심 동맹국으로써 일본과 함께 북한 독재체제의 불안정성과 중국공산당의 군사적인 패권주의를 견제하는 선명한 외교·안보 정책을 갖고 가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트럼프 핵심 안보 측근의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론’과 ‘북한 핵에 대한 군축 협상론’을 계속 언급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정교하고 현실적인 대화와 전략으로 무장하고 이 안보 위기의 파고(波高)를 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세계 자유 진영의 안보 위험성을 함께 관리하는 공동의 자유 진영 안보 투자자가 되길 원하는 현실을 우리가 수용해야 한다. 안보 인식의 대전환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인해 현실화하는 시기에, 우리는 단층적이고 이기적인 사고에서 과감하게 나와서 객관적이고 중층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우리의 우방국인 일본과 함께 공조하면서 한·미·일 ‘찰떡궁합’ 전방위 안보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본은 주일미군 주둔 비용의 75%를 부담하면서 최근에는 GDP의 2%까지 방위비를 인상하는 파격적인 보통국가화 노선을 현실화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많은 안보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일본의 과거 역사는 미국의 원자폭탄 한 방으로 패망한 아픔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현재 일본의 국익은 미국이 원하는 군사비용 증액에 응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핵심 파트너로 중국공산당을 적극 견제하는 핵심 동맹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가장 큰 국익(國益)을 보장한다는 것을 발 빠르게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2기가 우리가 현 바이든 정부와 협상을 마친 내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 5천억 달러 정도의 부담이 약하니 10조 원 정도로 인상하자고 할 때(협상용으로 쓰는 카드로 보이지만) 5조 원 정도로 타결되더라도 일본 수준으로 ‘한·미 원자력협정’만 개정해서 핵 원료 재처리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많이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냉철한 주고받기식의 거래를 통하여 현안(懸案) 별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아마도 트럼프 당선자는 그동안 미국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과 걸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 쟁, 이라크 전쟁, 러우 전쟁 등에 천문학적인 미국 예산을 썼다고 생각할 것이다. 6·25 전쟁에서도 미국의 자유 진영을 사수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많은 인적(36,574명 사망)·물적 희생을 불러왔던가? 아마도 트럼프 당선자는 앞으로도 동북아시아가 위치한 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개입의 여지를 더 키우기 위해, 특히나 한국과 일본, 중국과 대만이 위치한 동아시아에서 적극적 개입 전략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탑-다운 방식의 북핵 해결 노력도 있을 것이고,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을 통한 대한반도 안보 전략이 바뀌는 과정을 볼 수도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 대한 개입 전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동맹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의 중국 인민해방군 팽창 전략에 더 개입하는 구조로 모든 틀을 바꿀 것이다. 미국의 2024년 국방예산이 8,860억 달러인데, 국방수권법안에서 2025년에는 ‘강력한 미군 재건’이란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서 더 늘리는 예산안을 마련할 것이다.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전략을 마련하여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적극 전략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철저하게 주고받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이다. 박태우 (한국자유총연맹 자유통일연구원장) 사진출처: 월드뷰 2025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