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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글로벌 외교의 승리

외교는 국익을 다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오송 한남대 초빙교수(前 주포르투갈 대사)

 

 우리나라가 2024~2025년간 2년 임기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어 내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이로써 우리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래 33년 만에 세 번째로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우리와 유엔은 역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1948년 유엔 감시 하에 총선을 치루고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을 받았으며, 유엔 안보리는 6‧25전쟁을 북한의 남침으로 규정하고 국제평화와 한반도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유엔군을 파병하는 결의를 채택한바 있다.

 유엔이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재앙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빈번한 거부권 행사에 따른 유엔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6‧25전쟁 이후 유엔군 파병과 같은 직접 개인은 더 이상 없었고, 또한 평화유지군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치안유지 임무에만 국한되었다. 이에 따라 유엔의 기능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많았고,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리 무용론이 팽배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계화가 진전되고, 국제사회의 상호교류가 급증함에 따라 지구촌을 아우르는 범지구적인 문제가 등장하면서 세계기구로서의 유엔의 역할은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유엔의 설립 목적이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뿐만 아니라 세계평화를 강화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 및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달성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평화는 좁은 의미로는 전쟁이 없는 상태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직접적인 폭력을 수반하는 전쟁의 제거뿐만 아니라 빈곤과 기아,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억압, 인종차별 등의 간접적이고 구조적 폭력까지 제거된 상태를 뜻한다. 이에 따라 유엔은 개도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면서 역할이 확장된 이래 기후변화, 환경, 인구, 식량, 노동 등 거의 모든 비정치적 분야를 포괄함으로써 활동영역과 영향력은 전보다 더 커지게 되었다.

 특히 유엔의 목적이 인권 및 자유 존중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인권은 단순히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기본 권리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확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영역에서 유엔의 활동은 더 광범위해지고,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우리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안보리의 일차적 기능은 국제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에 대한 대응인 만큼,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데 참여하고 발언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금년에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복원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한‧미‧일 3국간 긴밀한 안보협력이 활성화된 것이 특기할 만하다.

 2024년에는 3국이 모두 안보리 이사국이 되는데, 정상들 간 개인적인 친분과 신뢰는 3국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한‧일 양국이 여전히 불편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면 안보리에서 원활한 공조가 어려워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큰 그림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안보리의 공동대응을 이끌어내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지만, 향후에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는데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둘째, 안보리 이사국은 연간 400여 건의 회의에 참석해 국제분쟁의 해결 방안뿐 아니라 젠더, 사이버, 기후변화 등 새로운 안보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우리 정부는 과거 두 차례의 안보리 이사국으로서의 경험과 분야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범지구적 문제에 대한 대응 역량을 축적해온 만큼, 앞으로 우리의 외교적 역량이 더욱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설립된 후 처음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격상되었는데,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그룹 모두에게서 우리의 위상을 확인받고, 두 그룹 사이의 가교 역할을 인정받은 것을 뜻한다. 우리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전환된 경험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국제사회의 현안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관련국들과의 협상에 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우리는 더 이상 변방의 나라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우리의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진전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중점 과제로 ▲평화유지·평화구축 ▲여성과 평화·안보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극복에 대한 기여를 제시하였는데, 이를 통해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려는 우리 외교목표를 달성하고, 우리의 위상에 걸맞은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동북아 지역의 안보불안 요인으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뿐 아니라 타이완 문제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을 표방한바 있는데, 타이완 통일이 그 핵심이다. 중국공산당은 이를 위해 무력공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이미 천명하였기에 중국의 타이완 공격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만일 양측간 어떤 형태로든지 충돌이 발생하면 동북아 지역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우리는 100여 년 전에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세계 역사의 흐름에서 소외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이든 타이완 문제이든,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외교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는 외교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외교를 국내정치의 연장이 아닌 국력의 총화라는 시각에서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지역의 휘발성이 강한 안보불안 요인이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가치외교에 대한 시각을 성찰하고, 성공적인 외교를 뒷받침하는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외교는 국익을 다투는 총성 없는 전쟁이고, 외교문제에는 여당과 야당이 없다. 외교문제에 대한 국내의 반대 의견 제시는 우리가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을 때 정당성을 갖게 되며, 외교적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지도자를 중심으로 국민통합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우리가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국제현안에 적극 참여하고 주도하면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 9위의 유엔 분담금, 세계 10위권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및 소말리아와 남수단 등 6개 분쟁 지역에 18,000명의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 등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오고 있지만, 그에 비해 우리 국민들의 국제기구 진출은 다소 아쉬운 실정이다. 그동안 외교부를 중심으로 우리 국민들의 국제기구 및 유엔자원봉사단 진출을 지원해왔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인재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통해 제도적 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유엔자원봉사단은 현장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국제기구 또는 국제비정부기구 진출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하는 만큼 우리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에 국제기구, 국제비정부기구 및 유엔자원봉사단 진출을 위한 특화된 과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하다. 차제에 좀 더 많은 우리 청년들이 국제무대라는 블루오션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인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신냉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또 다른 국가 간 분쟁과 기후 또는 에너지 가격 등의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가능성도 상존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도전과 응전’에 대한 강한 의지가 요청된다. 몽골 초원에서 7세기 후반 돌궐 제국의 부흥을 이루었던 명장 톤유쿠크의 비석에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놓여있는 유목민들은 생존을 위해 항상 주변 상황을 관찰하면서 민첩한 기동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시대적 전환의 시기에 성을 쌓고 안주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마음가짐을 담금질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세 번째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게재된 글은 한국자유총연맹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