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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승격한 '국가보훈부'의 할 일

 

송유창(한국보훈학회 부회장, 병무청 자체평가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담고 있는 헌법 정신의 실천"이며, "자유 대한민국은 자신을 던져 나라와 국민을 지켜낸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며 보훈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한 바 있다.

 보훈(報勳)은 국가유공자의 애국정신을 기리어 나라에서 유공자나 그 유족에게 훈공에 대한 보답을 하는 일이다.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지 62년 만인 2023년 6월 5일 국가보훈처에서 '부'로 승격된 국가보훈부는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영예로운 삶이 유지·보장되도록 보상금 지급, 교육, 취업, 의료, 대부등의 보훈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고 있다.

 윤 정부가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킨 진정한 뜻은, 보훈을 통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정책을 확대 실현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가보훈부의 할 일은 무엇일까?

 국가유공자 선정 기준을 '국가를 구성하는 주권, 국민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개념에 근거하여 보상 등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김홍국 국제정치학 박사는 주장했다. 즉 유공의 내용에 따라 엄격히 구분해서 등급을 나누어야 한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생명과 재산을 바친 독립운동가는 최고수준의 등급을, 적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수호한 군인과 전투경찰들은 1등급을 부여하고 다음으로 국내에서 치안, 구조, 재난 방호 등을 수행한 경찰, 소방관, 공무원이나 국민 등은 2등급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국민은 3등급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국가를 위해 헌신하거나 공헌한데에 대한 보상도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정행위에 대해서 적은 보상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보상을 하게 된다면 다른 보훈 대상자들의 불만을 야기하게 된다. 천암함 폭침 때 전사한 장병의 보상금이 해난사고로 숨진 사람보다 턱없이 적은 사실을 대다수는 모르고 있다. 참전 유공자도 사는 곳에 따라 4배의 수당이 차이가 나고 있다. 특히 국가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가유공자로 선정된 사람의 명단과 유공의 종류, 보상의 정도 등을 공개하고 국민적 검증도 실시해야 한다.

 잘못된 보훈정책은 사회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고,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해가 될 수 있다. 보훈정책은 반드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UN 참전용사에 대한 보훈을 통해 선진 보훈외교를 적극 추진' 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독립유공자도 많지만, 한국전쟁을 치룬 국가로서 UN 참전국과 참전용사의 보훈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이 존재하기에, 시대에 맞는 변화된 보훈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룩셈부르크 출신 한국전쟁 참전용사 질베르 호펠스 씨가 "장례식 때 꼭 아리랑을 불러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지병으로 향년 90세를 일기로 숨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1951년 5월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입대했던 호펠스 씨는 군 복무가 끝나갈 때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전쟁에 자원했다. 이듬해 3월 부산에 도착한 그는 당시 일등병이자 기관총 사수로 백마고지 전투 등에 참전해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긴 뒤 1953년 1월 귀국했다. 룩셈부르크는 한국전쟁 파병 당시 인구 20여만 명에 불과한 나라였으나, UN군 산하의 벨기에 연합군(Belgian United Nations Command)과 한국지원군(Korean Volunteer Corps)으로 육군 1개 소대(85명, 명전사, 17명 부상)가 한국전에 파병되어 임진강, 학당리 및 잣골 전투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총 100명(연인원 기준)의 전투 병력이 참전해 전체 22개 참전국 중 인구 대비 최다 파병국으로 기록됐다.

 참전 후에도 한국에 대한 애착을 잃지 않았던 호펠스 씨는 지난 2019년 한국전쟁유업재단(KWLF)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서울의 변화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한국에 사과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호펠스 씨는 평소 아리랑 곡조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아리랑의 첫 소절을 불렀으며, 지난 11월 마지막 생일파티에서도 아리랑이 연주됐다고 한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은 호펠스 씨와 같은 UN군과 선배 전우 100만 여 명이 산하에 푸른 피를 쏟으며 지킨 나라이다. 한국전쟁에 참가한 UN 참전국과 참전용사는 국제 사회에서 변함없이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우호 세력이며, 자국에서는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민간 외교관이다. 그러나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지금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팔순을 넘는 나이가 되었다. 이들은 전쟁의 아픔을 공유하고 남북한의 현실을 함께 공감하는 전우였지만, 이들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시점에 그 가족들에 대한 예우나 후손들에 대한 지원 등 선진 보훈외교가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당 나라 교민회나 현지 기업가들에 의해 관리되던 형태였지만 이제는 국가보훈부가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존속과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 가족이나 국가에 대해서 은혜를 갚으려는 노력이 시작될 때 대한민국의 신뢰는 향상될 것이다. 또한 이런 공감대는 그 나라의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들로부터 일반 국민들에게 전파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미·일·중·러 4대 강국이 밀집한 지정학적 위치와 북핵의 위협 하에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G7, 인도·태평양국가와 한·미·일 안보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보훈외교는 매우 소중한 외교자산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보훈외교는 독자적으로 전개하기보다 기본 외교정책과 병행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다. 상대국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전통 외교를 통한 통상적인 안보협력의 강화와 함께 상대국의 참전용사 개개인, 나아가서는 해당 국민들과 관련 비정부 집단이 우리나라를 우호적으로 인식할 때 안보협력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끝으로 비록 극소수 사람들의 주장이라 하지만, '대한민국이 먼저 북침했다는 허위 사실을 부추기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참전용사들의 훈공마저 깎아내리는 거짓을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가 이념과 정치적 편향에 빠지면 역사의 기본 윤리를 저버리고 진실을 거부하게 된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을 절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대한민국이 북침하였다면, 당시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다는 UN의 깃발 아래 참전한 61개국(전투병력16, 의료5, 물자40)이 과연 침략국에 파병하였을까?

 재앙이었던 한국전쟁은 물리적으로 휴전한 채 70년이 되었지만, 이념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해 희생한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바르게 알리는 일이 참전용사에 대한 우리의 가장 큰 보훈이다.

 

 보훈이 '과거'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보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신적 근간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견인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국가보훈부는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인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시대 국가보훈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게재된 글은 한국자유총연맹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