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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Hamas) 전쟁의 배경과 향후 전망

송승종 대전대학교 교수

이스라엘-하마스(Hamas) 전쟁의 배경과 향후 전망

 

송승종 대전대 교수, 한국국방외교협회 외교안보연구실장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새벽 육상·공중·해상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벌인 무차별 입체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팔레스타인 로켓 공격에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방공체계 ‘아이언 돔(Iron Dome)’이 개전과 동시에 5천발 이상 포부은 로켓의 ‘소나기 기습공격’에 한계를 드러냈다. 픽업트럭·모터보트·패러글라이더를 앞세운 테러집단의 게릴라식 기습에 중동 최강의 이스라엘 정규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 사건을 가리켜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고 탄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정보실패’를 꼽는다. 역사상 최악의 정보실패는 진주만 기습과 9/11 테러로 알려진다. 하마스 기습은 9/11 테러와 유사하다. 9/11 사후분석에서 ‘점선연결(connect-the-dot)’ 실패가 도마에 올랐다. 정보부족이 아니라 정보해석이 틀렸다. 이번에도 이스라엘 국경수비대는 가자지구 일대에서 하마스 전투원이 집결하여 훈련하는 심상치 않은 징후를 포착하고도, 이것이 실제 기습을 위한 예행연습일 것으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에 이스라엘도 9/11과 똑같은 ‘점선연결’ 실패의 오류를 반복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격멸’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기습 공격을 당한 직후 하마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첫 각료회의 석상(10.15일)에서 “하마스는 우리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우리가 그들을 격멸할(destroy) 것”이라고 공언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역량이 격멸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일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손쉽게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날 것처럼 보인다. 이스라엘의 핵무기와 첨단무기·장비 등을 제외하더라도, 병력수 면에서 최대 64만명 대 3만명으로 하마스는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 과연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영구적 패배를 입혀 ‘격멸’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큰 이유는 하마스가 단지 물리적 실체를 갖춘 집단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된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집단의 조직원은 사살할 수 있으나, 종교적 차원의 이데올로기는 ‘제거’의 대상이 아니다.

하마스의 대량학살 이데올로기는 1988년의 ‘하마스 규약(Hamas Covenant)’, 그리고 2017년에 개정된 헌장에 명기되어 있다. 전자는 짧은 문단들로 쓰여진 36개 조항, 후자는 일반적 원칙·목표에 대한 42개의 간결한 문장들로 되어 있다. 이는 782쪽에 달하는 독일어판 「나의 투쟁(Mein Kampf)」보다 훨씬 짧고 이해하기 쉽다. 1988년 발표된 ‘규약’의 원본에는 하마스의 대량학살(genocidal) 의도가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지난 10월 7일의 테러 공격은 하마스가 밝힌 명시적 목표에 완전히 부합된다. 36개 조항의 핵심은 △ 팔레스타인 해방과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한 신정국가 수립을 위한 필수조건은 이스라엘의 완전한 파괴, △ 동 목표 달성을 위한 무제한적이고 끊임없는 성전(지하드) 수행, △ 성지와 관련, 유대인·무슬림의 (상반된) 주장을 해결하려는 어떠한 협상·교섭·합의도 고의적으로 무시·경멸, △ 사악한(sinister) 음모론과 결합된 반유대주의적 비유·비방의 강화 등이다. 그러므로, 가자지구에서 전투가 격화되고 앞으로도 계속 확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하마스는 평화를 위한 절제·협상·타협 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언약은 알라신이 제정하고 코란이 승인한 ‘성전’의 이데올로기가 하마스의 DNA 속에 흐르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요컨대, 하마스에 관한 한, 이스라엘 땅에서 이슬람 종교와 유대 민족 간의 공존은 고사하고, ‘2국가 해법’을 포함한 그 어떠한 타협도 금지되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하마스 테러의 노림수는 ‘사우디·이스라엘 평화협정’의 좌초

많은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공격에서 노린 목표는 9부 능선까지 올라 타결이 임박한 사우디·이스라엘 간 국교 정상화 협상을 좌절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사우디 왕국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에 “매일매일 더 가까워지고 있다. 처음으로 진지한 협상을 가졌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2월 3번째 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를 취임 9개월만에 미국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협의를 공식화하며 “함께 역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이스라엘·사우디 3국 관계가 “비약적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이스라엘이 10년 동안 비밀리에 관계를 가져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제는 양국의 관계를 공식화하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이스라엘 수교협상의 타결에 낙관론이 우세했다. 주된 이유는 3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MBS는 이스라엘과 국교수립의 대가로 미국에 요구한 첨단무기(사드 등) 구매, NATO 방식의 방위협정, 자체의 민간 핵 프로그램 등으로 안보·경제면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말까지 협상을 매듭 지으려 중재 노력에 속도를 높이자, 이스라엘과 ‘정략결혼’ 대가로 미국에 거액의 ‘지참금’을 내민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메디나 수호국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가진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에 관심이 크다.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이를 발판 삼아 중동지역을 넘어 인도네시아·파키스탄 같은 거대 회교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명분·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아울러 1948년 건국 이래 고통스럽게 경험하였던 국제적 고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협상 당사자는 사우디·이스라엘이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를 서둘렀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선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2020년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켜, 10여년간 소원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대화 창구를 되살렸다. 둘째, 중국은 금년 3월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화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떠벌였다. 이번에는 외교분야 고수인 바이든이 트럼프·시진핑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줄 차례다. 그래서 아브라함 협정을 넘어 사우디로 외연을 확장시키려 했다. 또한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위대한 외교분야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중동 안보지형에 지각변동을 가져 올 수 있는 ‘MBS 바람’의 잠재력

일단 하마스의 기습적 테러 공격으로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은 완전히 좌초되지는 않았을지라도, 상당기간 동안 ‘대기 모드’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태가 더욱 악화(이란의 개입 확인 등)되면 판이 송두리째 깨질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은 “현재로서 정상화 협상이 우선순위에 있지 않지만(not on the front burner), 분명히 말하자면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교 회담의 불씨를 살리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 중재가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한때 ‘상상 불가’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대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은 MBS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S)」는 “사우디의 신민족주의” 제하로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에서 벌어지는 민족주의적 대변환(nationalist transformation)의 실상을 분석했다. PS는 사우디 국경일인 지난 9월 23일(1932년 사우디 왕국의 통일을 기념), 사우디 전역에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나와, 국기를 흔들고 춤을 추며, 공중에서 축하 비행하는 군용기에 환호하는 모습을 전했다. 사우디에서 급증하는 애국주의 움직임의 중심에 정치·경제 개혁을 주도하는 MBS가 있다. 그는 전통적 정치 지도자보다는 시장지배를 목표로 삼은 기업의 CEO에 가깝다. 주요 신흥국 그룹인 브릭스(BRICS)에 가입하고, 중국 주선으로 이란과 데탕트에 합의하고,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협상을 진행하며, 2015년부터 개입한 예멘 내전의 종식을 위해 노력한다. MBS 개혁의 핵심은 사우디를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지대추구 국가(a rentier state)가 아니라, 탄화수소와 관계 없는 수입을 창출하는 다각화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가 프로젝트’로 불리는 여러 초대형 사업들을 벌였다. 그 중에서도 탄소중립 도시인 ‘네옴(Neom)’이 대표적 사례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사업에 무려 5천억달러(약 670조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는 미래의 사우디가 종교가 아닌 민족주의에 의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의제는 1960년대에 시작했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한 경제 다각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사우디의 경제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중동 전역의 평화·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그래서 MBS에게 국내적 개혁과 외교적 정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사우디의 지정학적 이점을 극대화하여, 동서양을 연결하는 무역·운송·물류·통신의 허브로 부상시키려는 원대한 비전을 품고 있다. 이러한 목표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협상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보기에 21세기를 좌우하게 될 국가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안보와 전략동맹에 있어서 MBS는 확고한 친미주의자다.

향후 전망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케네스 폴락은 최근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중동지역 전반의 지역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가장 핵심적 이유는 이스라엘·이란·헤즈볼라 모두가 ‘큰 도박(big gamble)’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폴락에 의하면 현재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역 내 다른 행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지만, 분쟁의 확대(즉, 확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는 이란과 헤즈볼라뿐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시점에서 ‘자제의 논리(the logic of restraint)’가 작동하는 것으로 본다. 물론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쟁이 더 큰 중동지역 전쟁을 촉발할 몇가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반격 과정에서 하마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면 헤즈볼라·이란 중 어느 하나 또는 모두가 이스라엘이 동맹군인 하마스의 괴멸을 막기 위해 개입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공격은 주로 드론, 로켓, 미사일의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이유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압박과 동시에 헤즈볼라·이란도 공격할 수 있음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둘째, 이스라엘이 하마스뿐 아니라 헤즈볼라·이란의 위협을 제거하려 확전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확전은 1967년 6일전쟁과 같은 승리가 아니라, 2001년·2003년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침공과 같이 ‘전쟁의 수렁’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끝으로 네타냐후가 ‘와일드 카드’다. 그는 수년간 제기된 부패혐의로 감옥에 갇힐 위험에 직면해 있다. 네타냐후의 확전 결정은 그의 정치적·법률적 미래와 직결될 것이다. 그는 위대한 전쟁 승리로 기소와 투옥의 위협에서 벗어나려 도박을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낮다. 그가 그 정도로 무모한 망상에 빠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관련자들은 모두 확전 회피의 동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걸프지역으로 급파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전쟁지역을 방문한 것은 가지지구 일대의 소규모 분쟁이 역내를 넘어 우크라전쟁과 인도·태평양 지역(특히 대만)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억제의 논리’가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 여부다. 억제의 핵심은 도발을 통해서 얻는 이득보다 손실이 더 많음을 적에게 확신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억제는 단지 냉정·철저한 이해득실의 산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억제는 심리게임이다. 상대방에게 감당불가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능력·자산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즉, 반드시 실행하려는 ‘의지’가 관건이다. 일례로 하마스는 3만~4만명에 불과한 테러집단이지만 죽음을 각오하며 저항할 것이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우리에게도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남길 것이다.

2023.11.7. 

사진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