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박진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겸임교수
국제연합(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의 경우 마약청정국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수가 31.2명을 기록하며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번 정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검거에 나선 결과 2023년 마약과의 전쟁으로 역대 최대 마약사범이 검거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9월까지 검거된 국내 마약사범이 2만 231명이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6%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마약사범의 비율중 20대와 30대의 비율이 전체 마약사범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초범의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10대 마약사범의 증가도 현저하다. 이 모든 수치들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연예인마약사건을 접하고 있다. 오래 전 국민 10명중 6명이 시청한 드라마 허준의 여자 주인공 황수정이라는 배우의 마약사건이래로 간간히 연예인 마약사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로버트할리, 박유천, 돈스파이크, 유아인, 이선균, 지드래곤등 내노라는 연예인들의 마약사건을 접하면서도 여전히 우리사회는 마약을 연예인이나 재벌가의 전유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약사범전체 비율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적다.
연예인이나 유명인 마약사건이 터질 때마다 구호처럼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찾아야 한다며 여러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논의들이 크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저 연예인 마약사건을 통해 연예인 개인 사생활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만 난무했고 엄한 처벌을 하지 않아서 마약을 한다며 해외사례처럼 마약사범을 사형에 처해야한다는 여론의 눈치 때문에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마약사범을 사형에 처하면 그만큼 마약범죄가 줄어드는 것일까. 마약사범을 사형에 처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싱가포르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투약자에 대하여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 마약 투약자가 아닌 마약의 제조 및 일정양 이상의 판매범죄를 저지른 마약사범에 대하여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사형선고를 하고 더 나아가 실제 사형집행을 하고 있다. 2023년 6월에 발간된 싱가포르 중앙마약국(CNB)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적발된 마약사범의 수는 2826명이다.(2023년 기준 싱가포르 인구는 600만명이 되지 않는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한 <2023 세계마약보고서>에서 인구 대비 마약사범수는 한국이 10만명당 100명인데 비해 싱가포르는 173명(2021년 기준)으로 상당히 많다. 즉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이 집행되는 나라임에도 인구대비 마약사범의 수가 한국보다 더 많다면 결국 엄한 처벌이 마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약청정국을 되찾자는 목표를 정하기 이전에 마약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마약범죄가 증가한 근본원인부터 마약사범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변화까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단순히 마약수사를 열심히 하고 마약사범을 많이 검거한다고 “마약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지만 여태 마약사범의 검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검거만큼 치료와 회복에도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 치열하게 전쟁을 해야했지만 대부분의 마약과의 전쟁은 검거에 치우쳐져 있었다. 치료와 재활은 오롯이 개인자신과의 전쟁이 전부였고 대부분은 실패해 다시 사회와 격리되는 삶을 살아가야했다.
마약에 왜 중독되고 왜 마약을 파는 것일까. 이런 교육을 받기도 전에 마약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약사범 검거에만 몰두하다 마약예방을 위한 교육은 너무나 등한시 했다. 지금 젊은층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많은 마약 관련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접하고 있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약에 대한 인식은 그전 세대와는 달라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약을 쉽게 생각하고 호기심에서 경험하려는 경향이 있다.
얼마전 구치소에서 만난 21살 남자는 자신은 마약을 숨겨두고 숨겨둔 곳을 사진찍어 전송하는 일, 소위 드랍퍼를 한 달 가량하고 100만윈을 받았는데 그 범죄로 징역4년을 선고받았단다. 친한 선배의 권유로 멋모르고 한 행동이 이렇게 중한 처벌을 받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단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의 댓가가 4년의 징역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22살의 여자는 클럽에서 놀기 위해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했고 태국을 다녀오면 용돈을 준다며 올 때 몸에 마약을 숨겨오는 일을 해달라고 부탁받아 그 일을 하다 구속도어 징역2년6월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자신의 행위가 마약유통범죄에 가담한 것이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두 사람 다 구치소가 아닌 사회에서 오다가다 봤다면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을 것이다. 마약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자유를 빼앗기지 않고 지금 그곳이 아닌 사회에서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30대 이하 마약사범수는 국내 마약 범죄 암수율을 28.57배로 측정하고 30세 이하의 마약사범 비율이 전체 마약사범의 60%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30만명에 이를 수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은 정신건강보다 사회적 측면이 강한 질병이라고 언급하면서 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공중보건위기 수준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약투약은 대체로 혼자 하지 않고 마약거래는 필수적으로 여러 사람이 관련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어 질 수 밖에 없기에 최대한 유입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예방교육시 최근 우리 사회가 좀 더 심각하게 봐야할 마약중 하나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진통제 펜타닐이다. 펜타닐은 미국에서 교통사고와 자살 등을 제치고 18~49세 사망 원인 1위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자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10만 명 가운데 80% 이상이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랩퍼들을 비롯하여 청소년에게까지 유통되어 사용되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겨주었다. 기존에 주로 이용되던 마약인 필로폰에서 점차 더 중독성이 강한 다양한 마약들이 유통되어지고 있고 그 위험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는 마약 중독을 넘어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중독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중독이 되었다 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 박성수 교수는 「국내외 마약범죄분석을 통한 마약피해지수 개발」 논문에서 우리사회가 부담하는 마약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비용은 2016년 기준 의료복지비용, 생산성 손실비용, 형사사법 비용, 주변 고통비용을 합해 암수률을 고려하면 4조 9천억에 이른다고 한다. 엄청난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중독자를 회복시키지 않고 점점 마약사범들이 늘어간다면 이 비용은 더 커져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회복을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한데 현실은 여론에 밀려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남태현이라는 연예인이 마약투약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 언론인터뷰를 통해 마약을 경험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난 뒤 후회하면서도 도움을 청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권유하면서도 국가에서 치료와 재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치료와 재활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다. 2만명에 이르는 마약사범대비 실제 운영되는 중독치료병원은 단 2곳 재활센터는 불과 3곳이 전부이다. 앞으로 전국에 재활센터를 마련하겠다고 하나 숙식형 재활센터는 민간이 운영하고 있어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마약 중독자 치료 관련 사업 예산으로 28억 600만 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올해와 같은 4억 1600만 원으로 편성했다. 복지부의 요청보다 85%나 줄어든 셈이다.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였지만 실탄을 마련하지 못한 싸움이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마약문제를 엄한 처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해외에서는 문제해결법원, 치료사법이라는 대안을 마련해 활용하고 있다. 마약범죄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하자는 것이다. 바로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아닌 일정 시간 법원에서 정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된다. 중독을 치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소변검사를 하고,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보호관찰관, 판사. 검사, 변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댄다. 그 결과 프로그램을 마친 사람들의 재범률이 낮아졌다. 구속을 하더라도 중독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재발하고 재범으로 이어진다. 마약법원이 미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수법원이 일정수 이상의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지금은 설치가 어렵다고 한다면 기존 법원의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마약사건전담으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기존에 마련되어 있는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도 필요하다. 치료감호를 통해 중독을 인정하고 수감기간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음에도 공주 국립법무병원의 병상은 여전히 남아돈다고 한다. 마약중독이 인정됨에도 검찰은 치료감호제도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검사의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법원은 이를 선고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좀 더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수감기간중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마약문제 해결은 관계기관의 유연한 협력이 필요하다. 공급과 수요의 억제, 치료와 재활 등을 담당하는 각각의 기관이 알아서 하고 있어 마약문제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진정한 콘트롤타워가 만들어지려면 앞서 국가공중보건사태로 인식하여 대통령 직속 기관이 되어야 제대로 운영이 되어질 수 있을 것같다.
우리는 이제 더 늦기 전에 마약을 알아야만 한다. 알아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저 숨기고 남의 일인양 애써 외면한 것인지 모른다.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고, 아무렇지 않게 마약을 권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책으로는 해결은커녕 확산을 막을 수 없다. 마약청정국의 회복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마약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연예인 마약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마약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질 수 있을까 기대해보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온 국민이 마약검사방법을 알게 되고 마약의 종류를 알게 되어가지만 그게 전부였다. 부디 이 번의 시끄러운 사건이후에는 뭔가 더 다른 대책들의 논의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