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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의 북한, 개헌을 거론할 정도로 숨이 막힌다

갑진년의 북한, 개헌을 거론할 정도로 숨이 막힌다

 

이정훈 명지대 객원교수

 

역외균형전략의 한미일, 김정은의 목을 조이고 있다

‘김정은의 북한’은 고체연료를 탑재한 ICBM과 IRBM, 극초음속 미사일, 우주발사체까지 개발하고 있는 핵 보유국이다. 그런데 김일성-김정일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괴뢰’나 ‘남조선’으로 불러오던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호칭하기 시작한 것. 테이프는 김여정이 끊었다. 김여정은 지난해 7월 10,11일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들, 대한민국의 군부, 대한민국의 군부 깡패들이라며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호칭했다.

북한은 왜 대한민국을 호칭할까

지난해 8월 29일 열린 해군절 행사에선 김정은도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 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하였다”라며 처음 대한민국을 언급하더니, 올해 1월 8,9일의 군수공장 현지 지도에서는 “근 8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우리 정권과 체제를 뒤집자고 피눈이 되어 악질적인 대결사만을 추구해 온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이제는 공화국의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말했다.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뒤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호칭한 김정은의 초토화 다짐에선 공통으로 발견되는 전제가 있다.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는 식으로 우리가 도발할 경우 대한민국을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 시각으로만 보면 곤란하다. 우리의 분단은 국제정치에 의한 것인 만큼 세계정세부터 살펴보아야 바로 알 수가 있다. 김정은 남매가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써 대한민국의 도발이 있으면 점령하겠다고 한 것은 통일을 거부하고 2국가 체제로 가자는 강한 암시일 수 있다. 눈만 뜨면 ‘남조선 혁명’을 노래하던 북한 지도부가 우회적으로 2국가 체제를 내세우게 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일조해 복원해낸 ‘한미일 공조체제’ 때문이 확실하다.

지난해 4월 26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은 멋지게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미국 조야는 물론이고 대한민국도 들썩이며 한미 관계를 결합해내는 능력을 보였다. 8월 18일에는 기시다 일본 총리와 같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갖고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으로 구성된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제2의 카이로 선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캠프데이비드 선언은 제2의 카이로선언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11월 말, 미·영(美英) 수뇌는 카이로로 장개석 중국 총통을 불러내 대일전(對日戰) 수행 원칙에 합의하고 이를 발표했다. 3년 뒤 일본을 항복시킨 미국은 이 선언에 따라 일본군이 점령한 중국 땅은 물론이고 청(淸)나라를 세웠던 만주족의 본거지인 만주국까지도 중국이 영유할 수 있게 해줬다. 일본에 병합됐던 우리에게는 해방의 기회를 주었다. 그때 그려진 동아시아 지도가 지금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카이로 선언은 동아시아 체제를 만든 출발선이 된다.

2차 세계대전 승리로 미국은 패권국이 되는 듯 했다. 그런데 대독전(對獨戰)을 위해 연합국에 참여시킨 소련이 동유럽 국가를 공산화하고 1949년에는 두 번째로 핵실험국이 되자, 미국과 세계는 ‘핵을 가진 미·소(美蘇)가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젖었다. 1950년의 6·25전쟁으로 증폭된 이 두려움은 1952년 미국이 최초로 수폭 실험을 했는데 이듬해 소련도 수폭 실험을 함으로써, 1957년에는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보냈다가 돌아오게 함으로써 더욱 커지게 됐다(스푸트니크 쇼크),

미국은 ‘소련을 능가하거나 소련과 대등한 핵무기를 보유해야 소련의 침공을 받지 않는다’고 보고 초조해졌다. 그래서 군비경쟁에 전력을 기울였는데, 여기에서 ‘핵전쟁을 하면 모두 죽는다’는 공멸(共滅)의 공포가 나와 핵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전략’이 도출됐다. 세력균형을 위해 미소는 우호국 확보에도 전력을 기울여 세계를 양분했는데, 국제정치학은 이를 양극체제를 기반으로 한 ‘냉전’이라고 했다. 냉전은 미국이 소련이 쏜 ICBM을 막는 MD(미사일 방어체계)의 전신인 ‘SDI(전략방위구상)’를 추진하면서 무너졌다.

미국은 유일 패권국 지위를 회복한 것. 그러나 이 단극 체제도 곧 위기를 맞았다. 북한이나 이란처럼 친미를 할 수 없는 나라나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주변 위협 때문에 핵무장을 한 나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최대의 수혜국인 중국이었다. 미영 덕분에 연합국이 된 중국은 돼 만주국까지 먹어 영토를 넓혔고 합법적으로 핵무장을 할 수 있었다. 냉전이 치열할 때 미국과 국교를 튼 덕분에 경제도 급성장했다. 이러한 중국이 과거의 패권을 되찾고자 했다.

 

미어샤이머의 역외균형전략

과거 소련이 누렸던 지위를 갖겠다며 미국에 ‘신형(新型)대국관계’를 요구한 것. 대만과의 통일를 강조하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물론이고 우리의 서해와 동해까지도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겠다는 도련(島鍊)정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때인 2016년 미국 시카고 대학의 미어샤이머 교수가 『포린 어페어』지에 「역외균형 전략 예시: 미국의 대전략’(The Case for Offshore Balancing: A Grand Strategy)」을 기고해 눈길을 끌었다.

양극체제였던 냉전기 미국은 지지국 확보를 위해 많은 나라를 지원했다. 덕분에 친미국가들은 안보 무임승차를 누렸다. 미국의 노력으로 냉전이 끝나자 위험은 줄어들고 시장은 배로 커져 세계 경제가 급성장했다. 덕분에 1인당 GDP에서는 미국을 능가하는 나라가 늘어났다. 그런데도 이들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려고 했다. 북한과 이란 같은 반미국가들의 핵무장과 중국의 패권 확장, 러시아의 부활 등은 다시 미국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주목한 미어샤이머는 탈냉전기의 위협은 미국이 직접 상대하지 말고 그 지역 국가들이 막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지역 국가들이 위협국을 상대로 군비경쟁을 하며 세력균형을 잡게 하자고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바깥에서 세력균형을 잡는 것이라 ‘역외(域外, offshore) 균형전략’이 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때부터 이 전략을 활발히 적용했다. 우리를 상대로는 한미(韓美)미사일지침을 해제해 북한과 세력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줬다. 덕분에 우리는 고체연료를 탑재한 한국형 ICBM 개발을 목전에 두게 됐다.

대만에는 국제협약 때문에 공격무기를 제공할 수 없으니, 자력으로 3000t인 하이쿤(海鯤)급 공격잠수함과 베이징을 때릴 수 있는 윈펑(雲峰) 순항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줬다. 일본은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戰犯國)이기에 공격무기를 보유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방어용이라는 이름으로 스텔스인 F-35A/B를 공급해주고 경(輕)항모 건조 기회를 줬다. 호주에게는 공격원잠을 제공하려고 한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와는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대만은 ‘대만관계법’으로 안전을 보장한다. 때문에 북한과 중국은 군비경쟁에 나선 이들을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역외균형이 잡히는 것이다.

냉전 종식 후 소련(러시아)을 제외한 모든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은 물론이고 소련의 일원이었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가 NATO에 가입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으니 소련을 구성했던 유럽 나라 가운데 비동맹국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만 남게 됐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남쪽에 있어 러시아와 접경하지 않는다. 소련의 영광을 회복하고자 하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잡아놓기 위해 애를 쓰자 우크라이나는 우왕좌왕했다. 그러한 때인 2022년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동맹국이 아니기에 침공을 받아도 미국은 참전하지 않는다고 하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이 도발 덕분에 유럽의 NATO 국가들이 뭉쳐 러시아를 견제하게 됐다. 또 하나의 역외균형이 일어난 것. 미국은 이 전쟁을 길게 끌고 가 러시아의 국력이 소진되게 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은 눈엣가시인 하마스를 없애는 궤멸작전을 펼치게 됐다. 때문에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이 발끈하게 됐지만, 이스라엘과는 거리가 먼 데다 이라크와 바레인 등에 있는 미군이 두려워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못했다. 대신 예멘에서 반군 활동을 하는 후티로 하여금 홍해 무역로를 차단하게 했는데, 미영이 바로 군사대응을 했다.

시아파가 권력을 잡은 이란은 후티를 지원하지만, 수니파가 다수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5개국은 연합군을 만들어 후티를 공격하고 있다. 미영이 후티를 때리면 아랍연합국도 후티 박멸에 집중하니, 순식간에 중동에는 반(反)이란-후티 공동전선이 만들어진다. 이스라엘과 별도로 이란을 견제하는 또 하나의 역외균형이 등장하는 것이다.

역외균형전략의 미국은 동맹국을 하나로 묶어내지만, 미국을 적대하는 나라들은 경제난 때문에 제대로 뭉쳐지지 못한다. 동맹을 유지 강화하는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리더국의 지원인데, 이들은 그 조건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는 무기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어려워져 북한에서 도입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북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니 북-러 접근이 이루어졌다.

 

역용공작을 두려워하는 북한

이러한 때 한반도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어려워지는 것은 경제난이 자심한 북한이다. 북한은 핵을 쓴다고 위협하겠지만, 그러한 위협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니 쉽게 내세울 수가 없다. 요즘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보고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강력히 끝까지’ 대응하라며 ‘즉·강·끝’을 강조하며 벼르고 있다. 이러하니 북한은 쉽게 도발하지도 못한다. 남조선 혁명을 위해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등 여러 사이버 망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폐쇄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망을 통한 우리의 ‘역용(逆用)공작’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들이 혁명을 당할 수 있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인 미국의 역외균형전략과 여기에 잘 올라탄 윤석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갑진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다면 북한은 더욱 답답해질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어샤이머 교수의 제자라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현실일 것이다.

 

사진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