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우리는 미국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칠 것입니다.” 당선된 트럼프 후보가 대선 승리 연설에서 밝힌 일성이다.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외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한 그의 귀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동맹협력을 강조해 온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이 자국 우선주의로 전환될 경우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용산특강」이라는 타이틀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2025 K안보정세와 SMART 안보전략」이었다. 트럼프 2.0시대 한반도 정세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우리의 대응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현장을 찾아가 봤다.
제40대 국방부 차관 등을 지내며 안보 분야에 조예가 깊은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먼저 그는 글로벌 차원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둘러싸고 미국-파나마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그린란드를 미국의 연방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야망이 미국과 덴마크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우선주의, 동맹국 간 신뢰 약화
개별 국가로서의 생존전략 중요
이어 백 연사는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종전 가능성과 이스라엘-하마스전쟁 휴전 합의에 주목했다. “현재까지 약 1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러우전쟁도 종전 가능성으로 인해 막바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동전쟁도 개전 470여 일 만에 휴전에 전격 합의하며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우선주의는 동맹국 간 신뢰를 약화시키고 개별 국가로서의 생존전략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적(동북아) 차원에서 백 연사는 대만해협, 무역 분쟁 등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일본의 실질적 재무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은 앞으로 방어적 자위권을 넘어 경제력 수준에 맞게 군사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2027년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국방비 지출이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이러한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 등 동맹국의 독자핵무장 관심’이 증대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독자적으로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백 연사는 “이렇게 종래 세계의 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의 안보전략이 선택적 개입으로 전환하게 되면 우리의 안보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현재 미국의 주된 관심사는 북한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다. 주한미군도 앞으로 중국을 상대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북아 지역 내 불안정성이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정세로 화제를 옮긴 백 연사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미동맹의 긴장을 가져올 것이다.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북한은 핵 무장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한반도의 군사적 위협도 증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북간 새로운 국면에 따라 코리아패싱 등의 상황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올해는 기존과 다른 변화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론 활용, 집단안보의 중요성 등
러우 및 중동전쟁의 전술적 교훈 배워야
백승주 회장은 우리의 대응 방안으로 ’SMART안보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S(Strong) 전략은 트럼프 정부와 공조하되, 장기적으로 냉전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쇄빙전략과의 병행이다. 백 연사는 ”미국이 우선주의를 펼친다 해도 우리는 트럼프 정부와 공조해야만 한다. 트럼프 2.0 시대에 K-조선 및 방산업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 진영 대결을 완화할 수 있는 쇄빙 전략을 병행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M(Modernized) 전략으로 그는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현대전은 드론의 활용, 집단안보와 군사안보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러우전쟁과 중동전쟁의 전술적 교훈은 반드시 배워 우리의 군사전략에도 적용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A(Advanced) 전략으로는 K방산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업 등을 더욱 발전시켜 MRO 사업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Reformative) 전략으로는 우리 군의 제도적 개혁을 언급했다. 특히 백 연사는 고급장교단의 임기를 확실하게 보장해 그들이 정치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직무를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급장교단의 임기 보장 등
군의 제도적 개혁 필요
T(Timely) 전략으로 백 연사는 ”1세대 전쟁은 병력의 수, 2세대 전쟁은 대포의 크기와 위력, 3세대 전쟁은 기동력으로 전쟁의 승패가 갈렸다. 오늘날 4세대 전쟁의 승패는 바로 군인들의 ’전쟁의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남전, 아프간 전쟁을 보더라도 객관적인 전력이나 화력이 밀리더라도 군인의 전쟁의지로 승패가 결판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군의 정신전력 플랫폼을 구축해 항시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백 연사는 안중근 의사의 저서 ‘동양평화론’을 언급했다. 그는 ”작금의 시대에 우리는 북핵폐기 프로세스를 통한 평화통일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가역량을 축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KFF뉴스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