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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문제 6년 만에 논의 재개

윤여상 박사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국제사회 북한인권 개선 활동의 중심은 유엔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식량난과 고난의 행군으로 대규모 탈북민이 중국으로 탈출하면서 촉발됐다. 그 이전 시기에도 북한의 인권문제는 매우 심각했으나, 사회통제와 외부와의 단절 때문에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못한 상태였다.

조·중 국경을 넘어온 수십만 탈북민을 통해 전해진 북한 내부의 사정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에 대한 식량과 경제적 지원이 인도적 지원의 이름으로 본격화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한국 종교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북지원 단체들이 단기간에 결성되어 북한 지원에 앞장섰다. 유엔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은 자유권보다 경제·사회적 권리 영역이 먼저 문을 열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활동은 북한 식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된 2010년대 이후에도 계속됐으나,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조·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중단 사태를 맞았다.

 

유엔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의 본격적인 서막을 연 것은 2003년 당시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이다. 이후 유엔 총회에서도 2005년부터 매년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주요 내용은 북한 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중대한 인권침해가 지속되고 있음을 규탄하고, 북한 당국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중단 조치를 촉구하는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 공개처형, 인신매매 등 세부 인권침해 항목이 계속 추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군 포로, 억류자, 납북자 문제와 외부정보 전달 금지, 반동사상 문화배격법 재검토 등도 포함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하거나 회피, 무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외부의 요구에 반응하여 제한적 수준이지만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인권보호 조항을 포함한 형법과 헌법 개정, 고문 방지 지시사항 하달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효적인 개선 조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유엔 북한 인권개선 조치의 가장 획기적 사건은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립하여 유엔 최초 북한인권보고서를 2014년 발간한 것이다. 유엔은 세계 모든 지역과 국가를 대상으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다양한 조사와 개선 조치를 취하는데 가장 강력한 조치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다.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 인권 보고서는 북한인권침해 수준을 반인도범죄로 규정해 북한 당국과 가해 책임자를 국제 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북한 인권침해 증거 확보와 책임규명 강화를 위하여 유엔북한인권서울사무소를 2015년 6월 설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6년만에 북한인권 관련 논의 공식 재개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에서 매년 북한인권개선 결의안을 20년 연속 채택하고 있음에도 북한 인권문제는 큰 변화가 없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 결의안은 권고 수준일 뿐 실행을 강제할 수 있는 강제력은 갖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유엔은 안보(평화와 전쟁)를 담당하는 안전보장이사회와 경제개발(지원과 협력) 담당 경제사회이사회, 그리고 인권 담당 인권이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유엔 기능과 역할 중 강제력을 갖고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결정은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전보장이사회 의결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4년 처음으로 ‘북한인권제’를 의제로 채택했으며, 2014~2017년 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식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안전보장이사회의 중요 사안임을 확인시켜줬다.

유엔 안보리 회의는 주로 미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북한인권이 의제화 됐다. 그러나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 북한인권 문제는 의제가 될 수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북핵 우선 해결을 위한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인권문제를 의제에 올리는 것을 거부했다. 인권은 세계 모든 나라에 보편적 가치로 인식돼야 함에도 실제 국제사회에서는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2018년과 2019년 유엔 안보리는 북한인권 회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지만 2020년 이후 기타 의제로 안보리 비공식, 비공개회의는 개최되곤 했다. 이러한 회의는 안보리 이사국만 참여할 수 있으므로 당시 비이사국인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2023년 3월 미국 주도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유엔 안보리 비공식 회의가 개최됐으며, 한국은 공동 후원국가로 참여하게 됐다. 그 후 2023년 8월 17일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공식회의가 드디어 6년 만에 개최됐다. 유엔 안보리 회의 개최가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인권 문제는 안보리가 다룰 의제가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회의 당일에는 반대 표명을 하지 않아 곧바로 공개 토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이번 안보리 북한인권 공개회의 안건은 한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알바니아가 공동으로 제출한 것이다.

6년 만에 재개된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공개회의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개최된 이번 회의는 심각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제고하고, 북한인권 논의에 있어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이해 당사국으로서 이번 회의에 참석하여 북한의 심각한 인권 실상을 알리고,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이 국제 평화와 안전과도 긴밀히 연계된 사안으로서 안보리가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접근하여 논의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됨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북한인권 안보리 공식회의에 탈북 청년이 최초로 참석하여 북한의 인권 현실을 직접 증언하고 북한의 독재자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여 세계적 관심을 높였다.

지난 2011년 탈북한 증언자 김일혁 씨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소개하고, 북한 정부는 우리의 피와 땀을 지도부의 사치스러운 삶과 우리의 노력을 허공으로 날리는 미사일에 쏟아붓는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유엔 안보리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기 바란다”면서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탈북 청년 김일혁 외에도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도 북한 인권 유린 실상을 증언했다.

6년 만에 재개된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논의에 유엔 회원국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안보리 회의 종료 후 한·미·일 등 50여 개국은 유엔본부에서 열린 약식 회견에서 북한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유엔 회원국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공동발원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안보리 회의 이후 기대했던 대북 규탄 성명이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았고, 북한측 대표도 공개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종료됐다.

 

향후 북한인권과 유엔

 

국제사회 북한인권 개선활동의 중심 역할을 유엔이 맡고 있으나, 유엔 안보리와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의제를 제기하는 것은 주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다. 특히 미국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관계 개선과 핵 협상 우선 논리로 북한인권 문제는 의제가 될 수 없었다. 한국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인권 문제가 유엔과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을 꺼려왔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명단에서도 ‘대한민국’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권교체 이후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공조와 협력이 재개된 것이다. 한·미·일 국제협력 강화 시기에 유엔의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은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대미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적 결정과 실행은 결국 북한 당국의 몫이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이 인권 개선을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강력한 대응조치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미국과 한국 정부의 원칙 있는 인권외교와 외교역량의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게재된 글은 한국자유총연맹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뉴스1CONN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