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1 (일)

  • 흐림동두천 30.9℃
  • 구름조금강릉 30.1℃
  • 흐림서울 32.9℃
  • 구름조금대전 32.8℃
  • 맑음대구 33.4℃
  • 맑음울산 28.6℃
  • 맑음광주 32.0℃
  • 맑음부산 29.5℃
  • 맑음고창 32.6℃
  • 맑음제주 32.6℃
  • 흐림강화 29.5℃
  • 맑음보은 31.8℃
  • 구름조금금산 33.1℃
  • 맑음강진군 31.3℃
  • 맑음경주시 31.6℃
  • 맑음거제 29.1℃
기상청 제공

[기고]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적 배경과 한국 자유주의의 위기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적 배경과 한국 자유주의의 위기

 

이주천(전 원광대학교 사학과 교수)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벌써 1년반이 지났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로부터 8‧15광복절, 그리고 해외 순방차 나토와 유엔 연설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이 바로 ‘자유’라는 용어였다. 이것은 과거 우익이라 일컫는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조차 많이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한편으로 의아스럽게도 생각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궁극적 의도가 무엇인지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로 흔한 공기나 물처럼 그동안 너무 많이 자유를 향유한 결과 그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한 차에 자유의 귀중함을 국민들에게 새삼 깨우쳐 준 것이다. 둘째로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자유를 빼앗아가려는 ‘반체제 세력’의 발호와 준동에 의해 나라가 일대 위기에 처해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각종 연설에서의 자유 언급으로 인해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민족적 차원에서 일제 36년간 ‘노예의 멍에’로 살았던 기억을 되살리게 했고, 건국 불과 2년만에 6‧25남침전쟁에서 공산인민군에게 제헌헌법에서 보장된 귀중한 자유를 송두리째 잃어버릴 뻔했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작년부터 발생한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신냉전체제, 즉 자유진영(미국‧나토‧한국‧일본)과 공산전체주의 진영(북한‧중국‧러시아)의 대립구도가 형성되어 본의 아니게 ‘자유진영의 무기창’(Arsenal for Free World) 역할을 하게 된 점이다. 21세기에는 다시는 재래식 전쟁이 없을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던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 전체주의의 무력침공 앞에 자유가 박탈당한 위기에 놓여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 가장 귀중한 ‘자유’

영국에서 출발한 자유주의 사상

 

자유란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히 주어진 것 같지만, 상실했을 때는 죽은 시체와 같다. 그것이 없다면 삶의 가치나 존재이유를 느낄 수가 없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귀중한 것이다. 한마디로 자유란 개인의 사회적 자유를 의미한다. 자유를 가장 중요하고 귀중한 사회적 가치로 보는 사회사상이 자유주의(liberalism)이다. 자유주의는 원래 서양의 역사에서 발전해 온 것으로 시대의 변천에 따라 각기 구체적인 역사적 과정속에서 형성, 발전되어 왔기에 시대와 나라마다 그 의미가 달리 사용되어왔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자유주의 사상은 영국에서 출발했으며, 대표적 자유주의 사상가들로는 존 로크, 아담 스미스, 허버트 스펜서, 존 스트어트 밀 등이 있다.

한마디로 자유주의는 모든 개인은 절대적으로 소중하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근대시민 사상이며, 비인간적이며 차별적이었던 절대군주제와 전통적 신분사회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축으로 하는 근대서양의 평등한 시민사회를 건설한 주역, 부르주아의 시민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전제권력으로부터의 정치적 자유, 가톨릭으로부터 종교 신앙의 자유, 그리고 시장에서의 경제적 자유 등으로 요약된다.

자유주의 사상은 로크와 스미스로부터 출발, 스펜서와 밀에 의해 그 절정에 이른다. 이들의 사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해야한다. 둘째 정부의 통치는 국민의 동의에 입각한 입헌주의적 통치여야한다. 셋째 정부는 경제 분야에 개입하지 말고 개인들이 자유롭고 경쟁적으로 이윤추구 활동을 전개하도록 방임해야한다. 넷째 사회가 진보하려면 치열한 경쟁과 적자생존, 부적자 도태의 자연질서가 진행되는 것이 방해되지 않아야한다. 다섯째 인간의 개인 행위 영역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사회구성원들의 간섭이 일체 배제되어야한다.

이렇게 로크에서 밀에 이르는 사상가들의 주장을 미국에서는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로 호칭했고, 유럽에서는 그냥 자유주의(liberalism)로 호칭하게 된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부르주아가 지닌 근대 시민정신의 핵심 가치였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16세기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쳐서 구미에서 민주주의, 법에 의한 지배(법치주의), 작은 정부, 개인주의, 자유시장경제와 같은 근대적 사회질서를 건설하는 데에 사상적 기초를 제공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전에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만큼 자유라는 말을 많이 쓴 인물도 드물다. 1940년 1월, 3선에 당선된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4개의 자유 연설(Four Freedom Speech)를 언급했다. 그리고 이것은 향후 제2차 대전의 개입 명분으로 활용됐다. 이 연설은 전체주의와 나치즘의 위협 앞에서 자유주의가 얼마나 인류문명에 귀중한 가치인지를 새삼 인식하게 만들었다. 한국이 어디 위치해 있는지도 모른 채 6‧25전쟁에 참전을 결심한 어느 미국 흑인병사의 참전동기로 인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는 발언에서 자유야말로 인류가 추구할 귀중한 가치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

자유, 인류가 추구할 가장 귀중한 가치

 

현재 한국의 자유주의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유주의의 기본적 가치는 사회나 국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인데 이것을 소극적 자유라고 한다. 이 소극적 자유가 국가의 권한 확대로 인해 침해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코로나 펜더믹 현상은 더욱 개인과 국가와의 관계에서 무엇이 바람직한 적정선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과연 국가의 책임과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권리를 어느 정도 요구할 수 있는가?

또 개인들은 끊임없이 국가에 대해 개인적 삶과 복지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21세기 들어서서 행복권 이외에는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을 지라고까지 요구한 바 있다. 심지어 수학여행을 가서 조난사건시 대통령이 그 7시간동안 무엇을 했는가를 추궁하고 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 사례(세월호사건)도 있다.

국가에 개인적 삶에 책임을 요청할 때, 필히 소극적 자유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것은 전체주의 국가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자유주의는 근대국가의 형성이후 현대문명의 기반이 되는 핵심적인 귀중한 가치를 부여했지만 해결해야할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의 균형점과 조화는 어디에서 찾을 수가 있는가? 보수주의와 민주주의와의 건강한 조화로운 이념적 결합 내지 조합은 가능할 것인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민중민주주의의 횡포와 포풀리즘이라는 인기영합주의로부터 헌법에서 명시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자유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