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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회(兩會), 시진핑 일원화 체제의 파장

                                                                                                                                                                                 [사진제공 : 바이두]

Ⅰ. 2024, 중국 양회, 중국식 체제의 이해

 

올 한해 중국 정치 일정의 시작을 알리는 최대 연례 행사인 ‘양회(兩會)’가 각각 일주일간의 회기를 마치고 폐막 됐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은 중국의 정치제도가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全人代) 제도와 ‘공산당 영도 하의 다당 협력제’로 구성되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두 회의를 지칭하는 말이 바로 양회다. 1949년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全國人民政治協商會議/政協)를 통해 헌법과 정부조직법 등을 마련했기 때문에 정협은 제헌 국회 역할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1954년 제1차 전인대가 열렸고, 정협은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에서 민주당파로 불리는 제도권 정당 간의 ‘협치’와 주요 단체 등 집단 간의 연대와 협력을 도모하는 통일전선 기구로 국정 자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헌법상 최고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직능대표로 구성되어 중국 중앙정부인 국무원과 산하 25개 부·위원회, 법원·검찰 등 사법기구를 관장하며, 입법 기능을 갖고 국회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당이 바로 국가인 당국 체제(Party State System/黨國體制) 국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주요 행정 보직을 맡아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당 서열 1위가 국가주석을, 2위가 최고 권력의 최고 집행 행정 기구인 국무원 총리를, 3위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4위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맡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 공산당이 수립한 국가이며 중국 권력의 최고위층에 있는 주요 인사들이 핵심 행정 요직을 관장하기 때문에 당 중심 정치가 행정에서도 구현될 수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다. 양회는 5년에 한 번 대(大) 회의를 개최하고 회기별로 1년에 한번 씩 년례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제14기 정치협상회의(정협) 2차 회의와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회의였다. 정협은 의결이나 심의 권한 없이 없는 토론과 제안에 중점을 두는 반면, 전인대는 국무원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한해 중국의 시정 방침과 청사진을 국내외에 공표한다. 두 회의는 항상 같이 개최되어 한해 중국 정치의 시작을 알린다.

두 회의가 동시에 개최되지만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전인대에서 발표되는 ‘정부업무보고’ 때문이다. 이 보고는 올 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중점 발전 및 사업 방향과 예산 편성, 대외 방침 등을 담고 있다. 이번 회의는 리창(李强) 총리의 데뷔 무대이기도 했고, 양회 이전에 열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관례에 따르면 작년 말에 중국 공산당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가 열렸어야 했다. 이는 시진핑 체제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향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많은 중국 관찰자들은 지속되는 미·중 전략 갈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 주식 시장 불황, 내수 부진과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 및 높은 실업률, 디플레이션 우려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를 제어할 구체적 방안에 대한 해결책에 기대를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Ⅱ. 2024 중국 양회, 무엇을 강조했나?

 

이번 양회는 기본적으로 올해의 경제 성장률과 경제 회생을 위한 조치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예산안의 편성과 유동성 공급 조치 및 특히 국방예산의 증액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인지, 대만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의 당선으로 끝난 대만 총통선거에 대해 대만 정책이 어떠할지, 또 미중 관계를 둘러싼 중국의 대미 정책 방향이 여하할지에 대해 관심이 솔렸다. 물론 중국 당국은 신화사를 통해 경제 발전에 이어 중점 분야 개혁, 새로운 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 민생 보장,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올 양회의 다섯 가지 관전 포인트로 꼽아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난해 5.2%의 경제 성장률 보인 중국은 올해 목표치로 역시 5% 내외를 제시하면서 안정적인 통화정책 유지와 적절한 유동성 공급을 위한 유연한 재정정책을 제시했다. 전인대 전에 열린 31개 각 지방인민대표대회가 제시한 성장 목표의 가중 평균치가 5.4%였던걸 감안하면 약간 보수적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은 5%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장기적 발전 추세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유효 수요의 부족, 일부 업종의 생산 과잉, 사회적 기대의 약화 등 도전에 직면했다고 밝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5%의 성장률 유지는 2050년 세계 제일의 영향력 국가 건설을 위한 기본 요건이며, 또한 국내총생산(GDP) 1%당 약 25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므로 1천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작년 전인대와 12월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의 결정과 대동소이하여 시장 관찰자들의 과감한 경기부양책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안정 속 성장(穩中求進), 성장을 통해 안정 촉진(以進促穩), 新성장동력 창출 및 구조조정 지속 추진(先立後破)’을 2024년 중국 경제운용 기조로 확정했었다. ‘경제 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올해는 ‘성장’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과학기술로 무장된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 국가 건설의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과거 경제 성장 견인차였던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투자 대신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3대 신(新)성장동력'을 고품질 발전의 축으로 삼고, 바이오 제조 및 상업용 우주 비행과 같은 신흥 분야가 앞으로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밝혔다.

중국 경제의 고품질 변화를 통해 서방, 특히 미국이 부과한 제재에 대처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리 총리가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등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있지만,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중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기술 주도의 노선을 유지하면서, 산업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화를 이룰 것임을 강조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투자 확대는 해외 자금 유치보다는 정부 주도의 국내 자금을 동원을 우선하고 있어 과거 성장 동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신규 해외 투자자금 유입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의 심화에 따른 자금 유출을 상쇄하기 위해 국가 예산을 더 늘려 과학과 기술 분야의 투자 총액 감소를 막으려고 하는 계산이 작용한 면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또 이번에도 국방예산을 7.2% 증액했다. 게다가 시 주석은 군부 대표 회의에 참석해 AI(인공지능)전, 사이버전, 우주전, 무인전, 해양 정찰 능력 강화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사작전 역량인 신흥영역 전략 능력 제고를 강조했다. 군사 안보는 물론 중국 경제사회의 고품질 발전, 중국식 현대화 강국 건설, 민족 부흥을 이루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안보(security)로서의 '국가 안전'과 안전(safety)으로서의 '사회 안정'을 포괄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의할 만하다. 게다가 지난달 27일에는 ‘공개 시 확실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를 '국가기밀'로 확대 규정한 국가 비밀 보호법 개정안이 통과시키기도 했다. 반간첩법과 더불어 대 중국 접근 심리를 저해하는 조치가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외교적 측면에서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과의 장기 경쟁에서 중국이 유리하며, 브릭스나 상하이 협력기구 및 100여 개국이 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교류 확대를 통해 중국의 힘을 투사할 것임을 밝혀 공세적 외교 확대를 밝혔다. 이는 당연히 안정적이 대미 관계 유지가 중요하지만 중국도 일정한 세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또 관심을 끌었던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 독립 반대 및 외세 개입 반대 등 특이점은 없었다. 하지만 정부업무보고에서 ‘대만에 대한 평화 통일’이라는 언급이 사라진 점은 5월 20일 대만 총통 취임을 앞두고 중국이 새 대만 총통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Ⅲ. 2024 중국 양회가 남긴 것, 한국은?

 

이번 양회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시진핑 1인 체제의 공고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양회를 계기로 이 부분이 돌출됐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차 공산당 대표대회가 시진핑 사단으로 구성되어 충분히 예견되기는 했지만, 행정과 입법 분야를 관장하는 양회에까지 과거 마오쩌둥 시대의 당정 통합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시진핑식 당의 일원화 영도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본래 ‘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 체제인 중국 정치에서 총리의 권한이 축소된 점은 우려스럽다. 한 국가의 정치체제는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해당 국가가 결정할 일이기는 하지만 ‘시진핑 사상’을 지도 사상으로 명문화한 국무원 조직법의 통과로 시 주석 중심의 ‘당의 일원화 영도’가 그대로 구현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33년의 역사를 지닌 총리의 폐막 기자회견이 사라진 점은 정책결정권이 정부에서 당으로 완전히 돌아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중국의 북핵과 북한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 중앙 정치국원으로 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우회적으로 질책하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길은 평화 협상을 재개해 각 당사자,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북핵 고도화 및 지속되는 도발에 따른 한국의 안보 우려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북한도 동조하지 않는 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하자는 쌍궤병진(雙軌竝進)·)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북한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양회는 중국 정부의 중국식 조치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회의로 철저하게 중국의 선택이다. 물론 더욱 중요한 점은 중국이 주변국을 설득하고 호흡할 수 있는 보다 접근 방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우리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적 방향성을 해석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국의 AI+ 사업에 따른 파장에 유의해야 하며, 정치 안보적 측면에서는 시진핑 1인 체제의 독자성 강조와 북핵을 둘러싼 한·중 갈등의 근본 문제를 양자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개진할 필요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종합적인 대 중국 전략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준영(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