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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대제를 꿈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승리와 영구 집권 노린다

                                                                                                                                                                                 사진제공 : 클립아트코리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 러시아 제국 차르(황제)인 표트르 대제(1672~1725)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있다. 로마노프 왕조 4대 차르인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차르란 평가를 받아왔다. 푸틴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다는 표트르 대제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있던 낙후된 변방이었던 러시아를 열강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영토를 크게 확장했다.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 역사상 최초로 해군을 창설해 당시 북유럽 강국인 스웨덴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발트해를 장악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했다. 표트르 대제는 또 흑해로 가는 출구도 확보했다. 러시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을 확보하려 했는데, 표트르 대제가 이를 실현한 것이다. 표트르 대제는 청나라와 네르친스크 조약을 체결해 시베리아로 진출했다. 푸틴 대통령도 그동안 표트르 대제처럼 영토를 확장하고 러시아를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진해왔다.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표트르 대제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역사적 정당성을 내세워왔다. 푸틴 대통령은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점령한 것은 탈환”이라고 주장해왔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러시아가 침공을 통해 빼앗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과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가 본래 자국 영토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노보로시야(Novorossiya)’라고 부르고 있다. 노보로시야는 러시아어로 ‘새로운 러시아(New Russia)’라는 뜻으로, 러시아 제국의 차르였던 예카테리나 2세가 1783년 흑해 연안을 지배하던 크림 칸국(crimean khanate)을 멸망시킨 후 설치한 직할통치령의 이름이다. 크림 칸국은 1430년 유럽에 남아 있던 마지막 몽골 세력인 타타르족이 세운 국가이다. 당시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비호해온 크림 칸국은 러시아를 빈번하게 침입해 2~3만 명씩 주민들을 노예로 잡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제국은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1768-1774년)에서 승리한 이후 크림 칸국까지 정벌하며 흑해 연안의 넓은 영토를 모두 차지했다. 노보로시야 지역은 현재로 볼 때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드니프로 페트로우스크주, 자포리자주, 미콜라이우주, 헤르손주, 오데사주, 크름반도,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러시아의 크라스노다르와 스타브로폴, 로스토프주, 아디게야 자치공화국 일대를 말한다. 노보로시야는 1922년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편입됐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년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영토 확장 야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3월 15~17일 실시된 대선에서 러시아 역사상 가장 높은 87%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5연임에 성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총리 시절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하면서 권한을 이양해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됐다. 푸틴 총리는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러시아 3대 대통령에 올랐다. 이후 강한 러시아 건설을 표방하며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4년 임기를 마친 후 2004년 4대 대통령 선거에서 71.31%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3연임이 금지된 러시아 헌법에 따라 2008년 실시된 5대 대통령 선거에는 자신의 측근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 부총리가 출마했다.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70%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를 맡아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헌법 개정을 주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2012년 대선에 출마해 63.6%의 득표율로 6대 대통령이 됐으며, 2018년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게다가 2020년 현직 대통령에 한해 재임을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해 이번 대선에서 다시 당선됐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더 러시아를 통치하게 됐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이래 무려 30년을 집권하게 되는데, 옛 소련의 독재자인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의 29년 집권 기록을 넘게 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말 그대로 ‘21세기판 차르’로서 사실상 종신집권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예카테리나 2세(34년 재위)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이 유일하게 넘을 수 없는 인물은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뿐이다.

 

종신집권을 꿈꾸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표트르 대제처럼 러시아를 ‘제국’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옛 소련 붕괴와 나토의 동진 및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을 보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소련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영방송 로시야1의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러시아, 새로운 역사’(2021년 12월 12일 방송)에서 “소련 붕괴로 40%의 영토를 잃었고, 러시아인 2500만 명이 하루아침에 독립한 옛 소련 공화국들에 남겨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독립한 옛 소련 공화국들을 러시아로 다시 편입시키거나 영향권에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동진하면서 계속 확장하자 상당한 안보 위협을 느껴왔다.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 3국과 동유럽 국가들이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나토에 가입하자 러시아의 안보는 치명타를 맞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은 주로 영토의 서쪽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19세기 나폴레옹의 프랑스와 20세기 히틀러의 나치독일이 각각 침공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항상 국경 지역에 ‘완충 지대’를 구축해 영토적 안전보장을 도모해왔다. 소련이 냉전 시절 자국 국경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동유럽 국가들을 사실상 위성 국가로 만들어놓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조슈아 터커 미국 뉴욕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소련에서 독립한 15개 공화국이 주권 등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말 그대로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와 함께 유럽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국가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전략 요충지이다.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동과 서(러시아와 유럽), 남과 북(발트해와 흑해)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의 교차로에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과거부터 유라시아 패권전쟁의 주요 무대였다. 유럽인에게는 동방진출을 위한 길목이었고, 아시아 유목민에게는 유럽 침략의 통로였으며, 부동항이 없는 러시아엔 흑해와 지중해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였다. 러시아가 농업 대국이자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를 ‘속국’으로 만든다면 옛 소련과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다. 블라디미르 레닌이 “우크라이나를 잃으면 러시아는 머리를 잃는다”고 말한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서는 소련 부활을 위한 가장 중요한 디딤돌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내친 김에 발트 3국과 조지아 등을 침공하겠다는 야심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오는 5월 7일 취임하는 푸틴 대통령의 제1 목표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에도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경제는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유럽 연합의 예상 성장률인 0.9%를 웃도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1.2%)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러시아의 올해 예산은 2018년의 2배에 달하지만,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출이 계속 늘어나면서 재정적자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북한, 이란 등 반미국가들과의 연대와 밀월 관계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포탄, 미사일, 드론 등을 대거 들여오는 등 무기고를 늘리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전비도 충분하게 조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에 대해 핵 위협을 수시로 하는 등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 연구권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푸틴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총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할 반체제 인사 등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숨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해 반체제 인사들을 강력하게 탄압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정적을 비롯해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 조치들을 내릴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으로선 오는 11월 5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서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의 압박이 느슨해 질 것이란 기대까지 하고 있다. 아무튼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 승리를 계기로 서방과의 대결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제2의 표트르 대제’가 될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truth21c@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