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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논란, 시각차인가 진실싸움인가 이념갈등인가?

 

1. 역사교과서 논란 재현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 따른 초··고교 검정교과서 심사 결과를 지난 830일 관보에 게재했다. 교육부는 20175월에 국정교과서 폐지, 중등 역사교과서 검정 체제 환원 한다는 고시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4830, 2024년도 교과용 도서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관심이 쏠린 것은 바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논란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 당시에 검정 체계로 바뀐 교과서에 대한 집필 기준이 '좌편향' 논란이 일었는데, 보수 정부인 윤석열 정부에서 검정 심사를 받는 교과서인 만큼 우편향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이번에 새로 승인된 보수성향의 한 교과서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야당 의원과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 교과서 논란은 단순한 교육 정책 이상의 문제로서 국가의 역사적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해 이념적인 갈등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역사 교과서 논란의 원인이 되는 국정과 검정교과서 의미, 외국의 역사교육 상황, 한국 역사교육에서 논란의 주요 이슈, 그리고 바람직한 역사교육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 역사교과서의 변천 과정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에 학습하는 필수 과목으로, 국가의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역사교육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어떻게 해석되고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역사를 어떻게 보고 가르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역사를 보는 관점, 즉 사관(史觀)이 문제가 된다. 사관의 중요성에 대해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오폴드 폰 랑케(Leopold von Ranke, 독일, 1795~1886)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서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는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일'(wie es eigentlich gewesen) 그대로를 기술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말은 역사가들이 주관적인 해석보다는 가능한 한 사실에 충실한 역사 서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역사는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E.H. (Edward Hallett Carr, 영국, 1892~1982)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 What is History?)에서 역사가가 단순히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관이 필연적으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라고 했다. 역사학자의 사관이 역사를 기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역사교육이 중요한 과제이므로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작성하는 데 관여를 해왔다. 그 방식에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국정 도서,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검정 도서, 국정 도서·검정 도서가 없는 경우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사용하는 인정용 도서로 나뉜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직접 교과서를 집필하고 발행하는 방식이므로 특정 학문적, 정치적 기준에 따라 국가가 교과서 내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통일된 역사 서술을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시행될 수 있지만, 특정 정치적 입장이나 해석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교과서 검정은 출판사가 저자를 섭외하여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한 뒤 검정 기관에 출원하여 통과한 교과서 중에서 학교에서 채택하여 사용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 민간 출판사나 교육 전문가들이 집필한 교과서를 교육부가 검토 및 승인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가가 교과서 내용을 직접 집필하지는 않지만, 교육부의 검정을 통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검정제를 채택하면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반영한 교과서가 존재할 수 있으며, 출판사 간의 경쟁을 통해 교과서 내용의 질적 향상이 기대될 수 있다. 그러나 검정 과정에서 국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5학년도 중학교 역사, 고교 한국사 검정 결과 발표

 

지난 8월 말에 역사 논쟁으로 관심이 지속되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 7,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9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했다. 검정교과서의 주요 출판사는 다음과 같다.

중학교 역사 1·2 : 지학사, 미래엔, 리베르스쿨, 비상교육, 해냄에듀, 천재교과서, 동아출판()

고등학교 한국사 1·2 : 동아출판(), 비상교육, 지학사, 리베르스쿨, 해냄에듀, 미래엔, 천재교과서, 싸마스,

                           한국학력평가원

 

이번에 심사를 처음으로 통과한 한 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1·2 교과서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것으로 지적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교과서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서술이 기존보다 축소되어, ‘위안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단지 "젊은 여성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끌려가 끔찍한 삶을 살게 되었다" 서술만을 담았다.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서술에서도 독재'라는 표현이 장기 집권'으로 변경되었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서는 민간인 국정 개입 의혹'이라는 완화된 표현이 사용됐다. 반면, 다른 교과서에서는 독재 정권'측근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관한 서술에서는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과 진보성향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 교과서의 검정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3. 국내외의 역사 교과서 발행 사례

 

역사교과서는 외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며 그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그 주변국에도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여기에서는 우리와 마찰이 많은 일본과 중국, 전범국가인 독일과 선진국인 미국의 역사교과서 개정에서 논쟁이 되는 사안들은 다음과 같다.

 

일본 : 침략전쟁, 위안부, 독도 영유권

 

일본 정부는 1980년대부터 "역사 교과서 문제"로 자주 논란을 만들어 왔다.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문부과학성이 검토하고 승인하는 검정교과서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내용을 감수하는 권한을 이용하여 역사적 사건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와 전쟁 범죄를 미화하거나 축소하려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져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침략전쟁을 "진출"로 표현하거나, 위안부 문제 등을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독도 영유권문제는 한일간에 주요한 갈등의 요인이다. 2024년 검정을 통과한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종 중 16종에서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 15종에서 한국의 불법 점거로 기술했다. 11종은 독도 문제에서 일본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16종에서는 일본이 1905년에 독도를 시네마현에 편입한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독도가 일본고유 영토'라고 쓴 교과서는 4년 전 17종 가운데 14종으로 약 82%였으나 이번에는 18종 가운데 16, 89%로 증가하였다.

또한, 1940년대 조선인 노동력 동원 내용을 기술한 역사 교과서 8종에서 강제 연행등의 용어를 쓰지 않았다일본군 위안부문제 관련 내용을 다룬 역사 교과서는 2종뿐이었다. 이마저도 2021년 일본 각의 결정에 따라 종군 위안부대신 위안부로 기술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역사문제로 상대방에게 불신을 준다면 한일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 공산당 역할강조, 동북공정

 

중국의 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이며 공산당의 역할을 강조하고 애국주의와 중국 중심적 시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주 개정된다. 예를 들어, 중국 공산당의 국공 내전에서의 승리,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을 다룰 때 공산당의 오류를 축소하거나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일 전쟁과 관련된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해 강하게 서술하는 반면, 천안문 사건 등 중국 공산당의 실정에 관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중국 국무원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중국의 국경 지역 역사와 민족의 통합성을 강조하였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이다. 이때 중국 동북 지방의 역사와 관련된 고대 국가들, 특히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포함하려는 일련의 역사 연구 및 서술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동북공정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 역사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어 한중간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독일 : 나치 범죄와 홀로코스트

 

일본과 달리 독일은 나치 정권 시기의 역사에 대해 매우 철저한 반성을 바탕으로 교과서를 개정해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역사 교과서를 통해 나치 범죄와 홀로코스트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중요한 국가적 교육 과제로 삼았다.

더 나아가서 1970년대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교과서를 제작하는 독일-프랑스 역사 교과서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의 역사적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를 도모하기도 하였다. 두 나라 학생에게 공동의 유럽적 시각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미국 : 인종, 성소수자, 원주민 문제

미국은 민주적 다원주의를 반영하기 위해 여러 주에서 역사 교과서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종 문제, 성소수자 인권 문제, 미국 원주민 역사 등을 보다 포괄적으로 다루려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같은 주는 교과서 정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각 주마다 교육위원회가 교과서를 승인하기 때문에 주마다 역사교육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예제도나 미국 남북전쟁에 관한 서술 방식이 주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역사가 짧지만, 민주주의 모델인 선진국 미국에서도 역사교과서의 논쟁이 있다는 것에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한국 역대 정부의 역사교과서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시대에 따라 정부의 정치적 이념을 반영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국정제보다 검정제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교과서는 검정제를 통해 발행되고 있다.

박정희 정부 시기에는 산업화와 국가안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 역사관이 강조되었고, 경제 발전에 중점을 두었다. 이 시기의 교과서는 군사정권의 업적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으며, 당시의 독재적 통치는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는 민주화와 인권 문제를 강화한 역사 서술을 지향했다.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민주화 사건들을 비중 있게 다루며, 군사 독재 시절의 인권 침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추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에 "국정교과서"를 도입해 정부 주도의 통일된 역사 서술을 시도했다. 이는 교과서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으나,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 시기의 역사 서술은 박정희 정부 시절의 업적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민주화 운동에 관한 서술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국정화 시도는 철폐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검정교과서 체제로 복귀하며 역사 서술에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려 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접하게 하고, 민주화와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한 역사 서술을 강화하였는데, 보수 세력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산업화와 국가 발전을 강조하는 보수적 역사관을 반영하려 하고 있으며, 군사정권 시기의 경제 성과와 국가안보를 중심으로 한 서술을 강화하고 있다.

역대 국사 교과서의 개정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볼 수 있는데, 정부수립 이전의 개정, 1차에서 7차까지의 전면적인 개정, 그리고 2007년 이후의 수시 개정 체제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교과서 개정 과정은 다음의 [-1] 과 같다.

 

 

출처 : 역사 넷, 교육부 홈페이지 등 참고하여 저자가 편집

 

 

4. 역사교과서에서 논란이 되는 주요 과제

 

역사 교과서 논란의 주요 문제는 국가의 과거 사건들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것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논쟁 주제가 바뀌었다.

1980년대 초의 국사교과서 파동의 쟁점은 상고사부분이었다. 1976년 초대 문교부장관을 지낸 안호상 박사 등이 주도하는 재야 사학계가 단군·기자 실존설을 주장하면서 이병도로 대표되는 기존 강단에 서있는 사학계를 일제식민사관론자, 민족 반역자로 비판하면서 촉발되었다. 이는 1987국사교과서 편찬준거안이 나오면서 일단락되었다.

이후 20044월 금성출판사 간행 한국 근현대사가 민중사관에 의해 기술되었는데,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급되어 100만부 이상이 보급되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후 20082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정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교육부가 그해 10월에 30개 항목의 수정지시를 했다. 이에 필자들이 수정을 거부하는 바람에 출판사가 수정하여 발간했고, 필자들이 소송으로 대응했지만, 필자들은 패소하였다.

 

공산주의 실체와 북한정권 미화

 

진보성향의 교과서에서 북한 정권의 성립 과정과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긍정적 서술이 논란이 되었다. 광복군보다 김일성의 동북항일연군 활동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며, 남북 분단 원인을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거나 남한 내부의 문제로 돌리기도 하였다. 심지어 남북 토지개혁을 비교하면서 북한의 토지개혁을 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며,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625 전쟁 발발의 책임을 남북 모두에게 있다고 하거나, 북한의 책임을 축소하여 서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625 당시 남한 군대에 의한 양민 학살을 더 강조하고, 북한의 전쟁 범죄는 상대적으로 축소, 심지어 북한의 주체사상을 자주적 민족주의로 포장하는등 북한체제의 정당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여 박근혜정부에서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친일파 문제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역할과 그에 대한 평가가 한국 역사 서술의 중심 논란 중 하나다. 보수적 시각에서는 그들의 행위를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진보적 시각에서는 친일 행위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 진보 진영에서는 현 정부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화 운동 서술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에 관한 서술은 각 정부의 이념에 따라 그 중요성과 비중이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과정으로 강조했으나, 보수 진영에서는 과도하게 민주화 운동만을 부각하는 것이 군사정권 시기의 경제 발전 성과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산업화와 경제 발전

 

군사정권 시기의 경제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교과서 서술에서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보수적 시각에서는 이 시기의 경제 성과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강조하고, 민주화 운동에 관한 서술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진보적 시각에서는 경제개발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경제 발전과 민주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5. 역사교과서 논쟁, 시각 차이인가, 진실싸움인가? 아니면 이념 갈등인가?

 

한국 역사 교과서 논쟁은 시각 차이와 진실싸움이 모두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진보와 보수는 각각 특정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시각차이나 진실싸움 차원을 넘어서 정치이념적 차이에서 비롯된 역사 해석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각 진영에서는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달리 해석하는 것이다.

 

보수적 견해

보수 진영은 국가 발전, 경제 성장, 반공주의 강조. 박정희 정권과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주창자들은 국가 정체성 확립과 안보를 강조하며,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보수 정부의 공을 중시하는 학자와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진보적 견해

진보 진영은 민주주의, 인권, 민중의 저항사를 강조한다. 식민지 시절과 권위주의 정권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이를 비판하는 시각이 강하다. 주창자들은 민중사관을 중시하며, 국가가 아닌 국민 중심의 역사 해석을 주장하는 역사학자 및 진보적 정치인들로 볼 수 있다. 특히 주사파와 전교조는 진보적 견해의 대변자로 한국 역사교육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사파와 전교조

주사파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영향을 받은 이념적 그룹으로, 주로 학생 운동 세력에서 등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에 공감하며, 남북 관계에 있어 통일 문제에서 진보적 태도를 보인다. 그들의 이념적 기반은 역사 해석에서도 좌파적 시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전교조는 진보적 교육을 지향하며, 민주주의와 평등을 강조하는 교육을 추구한다. 역사교육에서는 식민지 시기와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중시하며, 학생들에게 민중사관에 입각한 역사를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전교조의 교육 방향은 보수적 시각과 충돌하여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주사파와 전교조는 진보적 역사 해석으로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현대사와 남북 관계에 대한 해석과 역사교육에서 종북, 친중, 반미, 혐일의 사관으로 편향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6. 바람직한 역사교과서를 위해

 

한국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논쟁은 크게 시각 차이, 진실싸움, 그리고 이념 갈등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시각차라는 입장에서 진보는 민중사, 민주화 운동, 식민지 저항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는 국가 발전, 경제 성장, 반공주의를 중시하였다. 한편, 진실싸움이라는 입장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두고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며, 특히 일제강점기와 독재 정권에 대한 평가에서 갈등이 큰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에서 역사교과서 논쟁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이념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좌우하고, 사사건건 정치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계속해서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킨다고 본다. , 역사교과서 논쟁은 단순한 시각차이나 진실싸움 차원을 넘어 이념적 갈등에서 비롯된 역사 해석 차이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각을 공정하게 반영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역사 서술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역사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역사교과서 개정과 교육활동이 필요하다.

첫째,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역사 기술이다. 역사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그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포함해야 한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서술이 달라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둘째, 비판적 사고 능력 배양이다.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을 여러모로 분석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자료와 견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학문적 중립성 확보이다. 역사 서술은 학문적 중립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역사학자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교과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넷째, 역사교육은 국민통합과 미래지향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중시하며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보를 강조하되, 객관적 사료와 사실 기반의 역사 해석을 통해 학생과 대중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갈등을 유발하는 진보적인 해석에 대해 하나하나 역사적 자료를 찾아 논증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자유민주 통일 강대국을 지향하여 정파적인 이익을 넘어 한반도를 통일해 나가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언론을 공정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의 사실성을 바탕으로 기고하면서, 민족 자부심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되 이념 갈등을 최소화하고 미래지향적인 통합적 역사관을 강조하는 논조로 언론에 홍보해야 할 것이다.

자유총연맹은 보수적 역사관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단체로서 역사교육에서 애국심과 국가 정체성 강화를 강조한다. 군사정권 시기의 경제발전과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과도하게 민주화 운동을 강조하는 서술에는 조심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보수적 역사관에 기반하고 있기에 이 역시 특정 시각에 치우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역사교육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올바른 국가관과 헌법정신에 기초한 공동체적 가치를 체득하여 국민 통합과 자유민주 통일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칠주 KMA역사포럼 회장